“LFP 전성기 길지 않다”…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 투자 ‘신중모드’

中이 장악한 가격경쟁 구도...LFP 수요 정점 도래 등 영향...차세대 기술 중심으로 전환

2025-07-30     강신윤 기자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급부상 중인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에 대한 투자를 두고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술은 이미 확보했지만, 중국이 장악한 가격경쟁 구도와 LFP 수요 정점 도래에 대한 우려로 인해 대규모 설비 투자는 차세대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1조1,070억원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3534억원은 GM과의 북미 합작사 ‘얼티엄캠’(Ultium CAM) 양극재 공장에 투입된다.

캐나다 퀘벡에 건설 중인 해당 공장은 연산 3만톤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내년부터 양산하며, 생산물은 GM-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공급된다.

또한 632억원은 광양공장 하이니켈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라인 확충에 투입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올해 말 27만5000톤까지 확대된다. LFP보다 고가·고성능 삼원계 양극재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LFP의 대안으로 리튬망간리치(LMR) 양극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20~30% 높고, 니켈 회수가 가능해 리사이클링에서도 유리하다. 현재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연내 양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에코프로비엠도 LFP 양극재 기술은 확보했지만 본격 양산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연 3,000톤 규모의 파일럿 라인을 보유 중이나, 수천억원 규모의 질소산화물 소성로 설비 투자는 확정하지 않았다.

이동욱 에코프로비엠 이사는 “LFP 투자는 대규모 설비가 수반되나, 시장 상황을 관망 중”이라며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승산이 낮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은 LFP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중국 이차전지 기업들의 LFP 양극재 시장 점유율은 100%에 달한다.

후발주자인 한국 기업들이 뛰어들 경우 치열한 가격경쟁에서 출혈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LFP보다 차세대 양극재 또는 고부가가치 소재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엘앤에프는 예외적으로 북미 전기저장장치(ESS) 시장을 겨냥해 LFP 생산에 뛰어들었다.

SK온과 북미 공급을 전제로 LFP 양극재 공급 MOU를 체결했고, '팔 곳이 정해진' 상태에서 설비 투자에 나서는 방식이다. 위험은 줄이고 공급망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다만 엘앤에프는 투자 부담을 안고 있다.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 중이나, 부채비율이 2022년 135.3%에서 올해 1분기 367.4%로 급등했다.

총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30.1%에서 66%로 상승해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엘앤에프 측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LFP 공급망을 탈피하려는 글로벌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100만톤급 파일럿 라인을 운영 중이며, 고객사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일제히 ‘LFP의 전성기는 길지 않다’는 전망 속에, 고성능·차세대 양극재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과 투자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