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원자 속 전자의 ‘지하터널’ 비밀 첫 공개

POSTECH 연구팀, 100년 미스터리 양자 터널링 과정의 숨겨진 동역학 현상 규명

2025-07-15     김수정 기자
▲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물리학과 김동언 교수 ⓒ포스텍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물리학과 김동언 교수(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연구소, MPK) 연구팀이 양자역학의 핵심 현상인 ‘전자 터널링’ 과정에서 일어나는 숨겨진 동역학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MPK)와 독일 막스플랑크 핵물리 연구소와의 공동연구로 진행된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양자 터널링은 전자가 자신의 에너지로는 통과할 수 없는 에너지 장벽을 마치 터널을 뚫고 지나가듯 통과하는 현상이다. 이는 반도체 작동 원리의 핵심이자 태양의 핵융합 과정에서도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작동하는 원리이자, 태양이 빛과 에너지를 내는 핵융합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학계는 전자가 터널을 통과하기 전후의 상태만 관찰할 수 있었을 뿐, 터널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확한 현상은 100년 넘게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강한 레이저를 원자에 조사해 전자 터널링을 유도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전자가 단순히 에너지 장벽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터널 내부에서 원자핵과 재충돌하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터널링 장벽 내 재충돌(Under the Barrier Recollision, UBR)’로 명명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전자는 터널에서 빠져나온 후에야 원자핵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터널 내부에서도 이러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 전자가 레이저에 의해 원자 속 장벽을 통과하며 이동 경로와 에너지를 나 타낸 시공간 분포 연구 이미지. ⓒ포스텍

더욱 흥미로운 점은 전자가 터널 안에서 에너지를 획득하며 원자핵과 재충돌해 ‘프리먼 공명(Freeman Resonance)’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온화는 기존에 알려진 일반적인 이온화보다 훨씬 강력했으며, 레이저 세기 변화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을 보였다. 이는 기존 이론으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터널링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양자컴퓨터, 초고속 레이저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더욱 정밀하게 제어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학적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자가 원자의 벽을 통과할 때,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라며 “이제야 비로소 터널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기술진흥원 역량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