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소제철 전 단계 ‘브릿지 기술’에 승부수 띄운다
2030년 하이렉스 상용화 전까지 단계적 감축…스크랩·HBI·CCUS로 전환기 대응
포스코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대전환기를 맞아 ‘하이렉스(HyREX)’ 상용화 전까지의 이행 전략(Transition Strategy)에 힘을 싣고 있다.
고탄소 산업의 상징인 철강업에서 수소 기반 환원 기술이 본격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인프라가 필요한 만큼, 그 전까지 현실적 감축 수단으로 ‘브릿지(Bridge)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포스코에 따르면, 회사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연구개발과 실증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하이렉스는 수소를 이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환원)하는 방식으로, 석탄 대신 수소를 주 원료로 쓰는 친환경 공정이다.
그러나 이 기술은 수소 공급 인프라, DR급 고품위 철광석 확보, 설비 전환 비용 등 복합적 과제가 병존해 당장 상용화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수소제철 전환 전까지 단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브릿지 기술을 다각도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고로(용광로)를 당장 폐기하지 않으면서도 탄소 감축이 가능한 스크랩 및 HBI(Hot Briquetted Iron) 활용 확대가 핵심이다.
이는 전통적인 고탄소 원료인 소결광 대신, 탄소 함량이 적은 직접환원철(DRI)이나 고급 스크랩을 고로에 함께 투입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현재 스크랩 선별 및 정련 기술 고도화를 추진 중이며, 고급 강 생산에도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동시에 해외에서 생산된 HBI 수입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전용 생산설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는 기존 고로 공정의 연료를 바꾸는 합성가스 기반 감축 기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석탄 대신 천연가스(NG)를 개질해 만든 수소-일산화탄소 혼합가스를 고로에 투입하면 이산화탄소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인 ‘COLSTAR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 기술의 실증을 이미 마쳤고, 향후 본격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브릿지 기술의 또 다른 축은 전기로 확대 전략이다. 포스코는 현재 전남 광양에 연간 250만 톤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 중이며, 올해 하반기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기로는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절반 수준에 불과할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와의 연계(R100 대응)에도 유리한 공정으로 평가받는다.
향후 포스코는 전기로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 전체 탄소배출 구조를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후처리 감축 기술인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개발도 병행된다. 고로와 코크스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건설소재나 광물화 기술로 활용하거나 지하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제철소를 시작으로 국내외 사업장에 탄소 포집·저장 기술 실증라인을 확대 중이다.
이러한 브릿지 기술은 단순한 환경 기술을 넘어 글로벌 규제 대응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철강·알루미늄 등 수입 고탄소 제품에 대해 탄소배출권 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하이렉스 상용화 전까지 브릿지 기술을 통해 CBAM 대응이 가능한 수준까지 배출량을 감축한다는 전략이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전략이 “현실을 반영한 이행형 모델”이라는 데 주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렉스와 같은 궁극적 기술은 중장기 과제이고, 당장은 설비·인프라·원료 확보 모두 어렵다”며 “전기로, 스크랩, HBI, CCUS 등은 기존 자산을 활용한 전환 수단이라는 점에서 산업계가 실현 가능한 감축모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정부와의 정책 연계도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크랩 고급화 유통망 확대, HBI 해외 수급처 확보, 수소 연료전환 기반 조성 등은 민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인프라 구축·세제 혜택·감축 인센티브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술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수단과 장기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브릿지 기술은 단기 성과와 장기 목표를 잇는 전략적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