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신문연’ 비정상 사업 수행 질타...김동해 의원 “묻지마식” 위탁사업 과다 지원
주낙영 경주시장, 신라문화유산연구원 대행사업 적정성 관련 담당부서 질타
경주시의회가 경주시 출연기관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의 비정상적 사업수행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하 신문연)은 기관 설립 목적이나 전문 분야와 거리가 먼 사업들을 경주시로부터 공기관 위탁사업 내지는 대행사업 형태로 수주·수행한 것에 대해 적정성 논란 등 비판을 받아왔다.
경주시의회 김동해 의원은 25일 열린 제291회 경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에 나서 경주시의 공기관 위탁사업비 과다 지원에 대해 질의했다.
김 의원은 “일반적으로 민간위탁사업은 ‘민간위탁조례’에 따라 예산편성 전에 의회 의결을 받아야 하지만 공기관 등에 대한 위탁사업비에 대해서는 통제나 재정감사를 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이러다 보니 지자체장이 예산심사와 결산의 절차 등 재정통제와 관리·감독이 느슨한 공기관으로의 위탁사업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 지적했다.
실제 경주시의 공기관 위탁사업비 총액은 2022년 총 1828억원으로 최종예산(일반회계 기준)의 9.6%를 차지할 정도다.
이후로도 2023년 1074억원, 2024년 1128억원, 2025년 1399억원으로 매년 증가해왔으며 이는 경주시 전체 예산(일반회계 기준)의 6.1%(2023년), 6.4%(2024년), 7.2%(2025년)의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어 경주시의 무분별한 공기관 위탁에 대해 “우리 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공기관에 위탁하고 그 공기관은 다시 민간에 재위탁하는 ‘하청의 하청’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신문연에 대한 대행사업 협약 부적정 논란을 포함해 출자출연기관 대상 대행사업 협약 전반에 만연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신문연은 지난해 8월 경주시로부터 ‘경주시 공간환경전략계획 수립’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경주시가 지난해 국토부 공모에 선정대 국비 1억5천만원을 지원받아 추진한 사업으로, 공기관 대행사업 협약을 통해 신문연에 위탁했다. 총 사업비는 시비 1억5천만원을 매칭해 총 3억원이 책정됐다.
이 사업 과업내용은 경주시 각종 개발사업의 중·장기적 발전 방향 수립을 위한 통합관리계획을 제시하고 전략적인 공간환경 정비를 통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함이 주요 골자로, 도시계획분야 또는 도시환경분야 정책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겨야 했다.
하지만 경주시는 ‘국가유산의 보호 및 관리’라는 설립 목적을 가지고 문화재 발굴 및 연구 등의 사업을 주로 수행하는 신문연에 이 사업을 맡겼다.
공기관 설립 목적은 물론이고 보유 인력의 전문성이나 기관의 주요 실적에 비추어 이 사업 수행 능력을 확인할 수 없음에도 ‘묻지마’ 식의 용역 발주와 위탁이 이뤄진 것이다.
이후 당연하게도 신문연은 착수보고회를 개최한 지난해 11월 보고회 직후 이 사업 위탁업체 계약을 위한 입찰을 공고했고, 수 차례 유찰 후 C설계사무소와 1억648만원에 계약했다.
C설계사무소가 맡은 과업내용은 전체 4개 과업내용 중 3가지로, 신문연은 단 1개 항목의 과업만으로 2억원을 챙기고 나머지 부분을 모두 받은 민간 업체에게는 1억원만 주는 셈이 됐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 다수는 “과업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민간 업체가 전부 작성해야 하는 내용들”이라며, “결국 신문연은 실제로는 옆에서 자문을 빙자한 간섭만 하면서 2억을 챙기고 일은 모두 민간 업체에 떠넘기는 꼴이 될 것이 자명하다”며 신문연의 부당계약 정황을 지적했다.
주낙영 경주시장 역시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최근 인지하고 담당부서를 크게 질책했다.
경주시의회 이강희 의원은 25일 열린 본회의 보충질의 순서에서 신문연에 대한 경주시의 부적절한 대행사업 의뢰 및 위탁과 관련해 적정성 여부를 질의했다.
이 의원은 “행정사무감사 기간동안 신문연이 수행한 공기관 대행사업 일부 내용들을 들여다봤는데, 신문연이 직접 할 수 없는 사업임에도 경주시가 신문연에 맡겨왔고, 신문연은 이를 다시 재위탁하면서 용역비를 오히려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낙영 시장은 “현재 경주시는 전문성과 지속성이 요구되는 사업의 경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위탁사업을 맡기고 있다”면서도, “최근 행감에서 지적된 내용에 대해서는 담당부서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 질타하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문제의 사업을 발주한 경주시 주택과는 신문연이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행사업 협약 내용 위반 사실이 없는지 확인에 나서기로 했다.
경주시 주택과 담당자는 “현재 이 사업 과업내용 중 신문연이 수행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실제 수행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