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철강 수출 단가 9%↓… 경북 철강업계 ‘관세 쇼크’ 직면

포항 중심 철강 산업 ‘비상’...톤당 1295달러 14.6% 급락...포스코 단기적 여력 제한적

2025-06-23     강신윤 기자
ⓒ김창숙 기자

한국 철강업계가 미국의 관세 인상 여파로 수출 단가 하락과 수익성 저하에 직면한 가운데, 포항 중심의 철강 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관세율은 지난 3월 25%에서 6월 50%로 상향됐으며, 수출 단가 급락은 이미 5월부터 현실화됐다.

전문가들은 경북 동해안 철강 클러스터를 비롯한 국내 철강 산업 전반의 수출 전략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했다. 수출 물량은 25만2000t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단가는 t당 1295달러로 전년보다 9.4%, 전월보다 무려 14.6%나 급락했다.

이는 관세 부담을 수출업체들이 자체 흡수해 마진을 줄여 수출을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대형 철강사들은 미국의 무차별 관세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고심해 왔다.

특히 포항에 기반을 둔 포스코는 주요 수출 품목인 열연·후판 등이 관세 대상이 되며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 약화를 겪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미국 루이지애나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상업 생산은 2029년으로 예정돼 있어 단기적인 대응 여력은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는 한국 철강업계의 위기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본제철은 고부가 판재 기술력과 US스틸의 현지 생산·유통망을 결합해 관세 리스크를 원천 해소할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확보했다. 반면 한국은 현지 생산체계 부재로 인해 고율 관세를 정면으로 맞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관세 충격이 수출 단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관세율이 50%로 인상된 6월 이후는 더욱 부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역시 철강 관세 영향이 실제 수출 지표에 반영되기까지 2~3개월의 시차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재윤 박사는 “일본은 대미 투자 확대를 통해 관세 회피형 구조를 완성하고 있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한국산 철강의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다”며 “현지 생산체계가 구축되기 전까지 철강 수출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북 포항·경주의 철강 중견기업과 부품 납품망도 수출단가 하락과 발주 지연 등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 업계는 수출 손실을 내수로 메우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환율 방어책과 미국 외 시장 개척을 위한 무역금융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 전략 수정, EU·동남아시아 등 신시장 다변화, 반덤핑 대응 전문팀 강화, 현지 합작 법인 설립 검토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