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 APEC 앞두고 폐업 관광시설 수두룩… 경주 이미지 실추 우려
핵심 시설 콩코드호텔·신라밀레니엄파크·보문상가 흉물 전락...수년째 재매각·재개발 없이 방치… 도로 등 ‘겉치레’만 수백억
경주 보문관광단지가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주요 관광시설들이 폐업 상태로 장기간 방치되면서 경주 위상 실추가 우려되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핵심 관광시설물과 부지가 민간업체에 매각됐다는 이유로 손을 놓은 상태에서 외형적 도시 정비에만 집중하고 있어 ‘치장하고 가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문단지에서 폐업 상태로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관광시설물은 신라밀레니엄파크, 콩코드호텔, 보문상가단지 등이다. 이들은 보문관광단지의 대표적 관광시설물이다.
보문지구의 핵심 거점이자 경주 관광의 상징이었던 곳이지만, 경영난에 따른 경매·공매로 민간에 넘어간 뒤 수년째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보문관광단지의 전체 이미지를 노후 단지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들 시설은 민간이 인수한 이후로 재매각·재개발 없이 유령처럼 존재하며, 경주시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는 올해 APEC을 앞두고 도로 포장·가로수 보식·조명 교체 등 외관 정비에 수백억원을 투입 중이다.
하지만 핵심 관광거점이 흉물로 남아 예산 투입의 효용성 문제가 되려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복합시설지구 용도변경 등을 통한 ‘민간투자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보문관광단지의 투자가치 상승을 노리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난개발 내지는 지가 상승에 따른 투기 또는 ‘먹튀’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보문호 광장 일대에 한옥 지붕을 얹은 상가들이 자리한 보문상가 단지는 총면적 2만5361㎡ 규모로, 과거 명문백화점과 전통공연장, 식당 등이 입점해 성황을 이뤘던 공간이다.
2019년 ㈜모다이노칩이 137억원에 인수한 이후 대형아울렛 조성을 계획하기도 했으나 지금까지 가시적인 투자나 개발 착수 소식은 전무한 상태다.
신라밀레니엄파크 역시 2020년 경매를 통해 경주힐튼호텔의 지주사인 우양산업개발에 280억원에 매각됐지만, 이후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다.
해당 부지는 약 6만8천㎡에 달하며, 초기에는 역사 체험 테마파크로 조성됐지만 현재는 전시 공간과 공연장이 폐쇄된 채 방치돼 있다.
콩코드호텔은 이들 보문단지 내 유휴시설 중 가장 큰 문제로 오랜 시간 지적돼왔다. 1979년 경주도큐호텔로 개관한 이 건물은 한때 보문단지를 대표하는 고급 숙박시설로 통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Y엔지니어링에 약 165억원에 넘어간 후, 현재까지 리모델링이나 영업 재개 없이 폐허 상태로 남아 있다. 외벽 페인트는 벗겨졌고, 잡초가 무성하며 창틀은 녹슨 채 방치돼 있다.
새로운 시설로 탈바꿈한다고 해도 철거비용에만 약 1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소유주 측도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장기 휴업 또는 방치 시설들에 대해 경북문화관광공사 관계자는 “민간 자본 유치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했지만, 결과적으로 도시경관 훼손과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지난 4월 개정·시행된 관광진흥법 시행규칙(별표 19)에 따라 기존의 토지이용계획 상 용도에 얽매이지 않고 두 개 이상의 시설지구 용도에 속하는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복합시설지구’ 지정 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노후 및 방치 시설 운영 업체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데, 보문상가단지를 소유한 모다이노칩과 신라밀레니엄파크를 소유한 우양산업개발은 투자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오랫동안 방치된 콩코드호텔 측의 투자의향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지금과 같은 방치 상태는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