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지 하나 크기로 작동하는 정보 암호화 혁신 기술 개발 성공

포스텍 노준석 교수 연구팀...위조 불가능·에너지 효율 ↑

2025-06-15     김수정 기자
▲ 연구 이미지 ⓒ포스텍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머리카락보다 수천 배 얇은 메타표면을 이용해 일반 손전지 하나로도 작동하는 정보 암호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정보를 완벽하게 숨기고 필요할 때 다시 불러낼 수 있는 혁신적인 방식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과 응용 물리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 3일 게재됐다.

메타표면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가진 인공 소재로, 나노미터 수준의 극미세 구조를 정밀하게 배열해 제작된다. 이 소재는 빛의 방향, 세기, 위상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빛을 다루는 마법의 거울'로 불린다. 그러나 기존 메타표면은 한번 제작하면 기능 변경이 불가능하고 저장 정보량도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핵심 기술을 도입했다. 첫째,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상 관계에 있는 '손대칭 구조'를 설계했다. 이 구조는 빛의 편광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둘째, 전기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도성 고분자'를 유전체층으로 사용했다. 금속-유전체-금속의 3층 구조로 설계된 이 메타표면은 전기적 신호와 빛의 편광 모두에 동시에 반응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메타표면으로 실제 암호화 실험을 진행했다. 하나의 메타표면에 두 개의 서로 다른 홀로그램 이미지를 저장하고, 빛의 편광 방향과 전기 신호를 조합해 원하는 이미지만 선택적으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마치 하나의 저장 매체에 두 개의 다른 콘텐츠를 저장하고, 재생 방식에 따라 다른 내용을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빛의 물리적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방법보다 훨씬 안전하고 위조가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에너지 효율성이다. 기존 유사 기술들이 수십 볼트의 전압을 필요로 했던 반면,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단 0.5V로 작동한다. 이는 일반 손전지나 휴대폰 배터리로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를 주도한 노준석 POSTECH 교수는 "이 기술은 위조 불가능한 홀로그래픽 보안 라벨, 신분증이나 화폐의 위조 방지 기술부터 차세대 3D 디스플레이, 증강현실 기기, 그리고 더 많은 정보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다중 채널 광통신 시스템까지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기전자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와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재경·정민수 씨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POSCO(포스코) 산학연융합연구소, 삼성전자,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