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건설이 바꾼 해양 생태계… 수은 줄었지만 오히려 위험해졌다

30년간의 연구 결과, 총 수은량은 감소했으나 독성 높은 메틸수은 5배 이상 증가

2025-05-12     김수정 기자
▲ 댐 건설이 바꾼 해양 생태계의 수은 줄었지만 그것이 위험해졌다. ⓒ포스텍

서해안 댐 건설 이후 30여년간 해양생물의 수은 오염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수은량은 감소했지만, 생물에 더 위험한 메틸수은의 비율이 크게 증가해 새로운 환경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권세윤 교수 연구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영광 박사 연구팀은 30년에 걸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댐과 같은 인프라 시설이 서해안 독성 물질의 생물 축적 양상을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임을 규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환경과학 저널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게재됐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조개류의 수은 농도는 96% 감소한 반면, 어류의 수은 농도는 106% 증가하는 상반된 현상이 발견됐다.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찾기 위해 하구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일반 수은은 74% 감소했으나 독성이 훨씬 강하고 생물체 내에 쉽게 축적되는 메틸수은은 53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은의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이동 경로도 추적했다. 댐 건설 이전에는 주로 산업단지나 육지에서 강을 통해 하구로 수은이 유입됐으나, 댐 건설 후에는 강물의 흐름이 차단되면서 대기 침적을 통한 수은이 주요 공급원으로 바뀌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기에서 침적된 수은이 해양 미생물에 의해 더 쉽게 메틸수은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하구 퇴적물의 메틸수은 농도가 5배 이상 증가했고, 이는 먹이사슬을 통해 어류에 축적됐다. 이는 댐 건설이 단순히 수질 변화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생태계 내 독성 물질의 이동과 축적 메커니즘 자체를 변화시켰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오염 물질의 총량만으로는 환경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권세윤 교수는 설명했다. "환경영향평가나 수질 관리 정책에서도 이와 같은 미세한 생지화학적 변화까지 고려하는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겉으로 드러난 오염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생태계 내부에서는 더 위험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총 수은량은 감소했지만 독성이 훨씬 강한 메틸수은의 비율이 증가한 현상은, 환경 관리에 있어 단순한 양적 접근을 넘어선 질적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일반연구자지원사업과, 해양수산부 재원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해양수산생명자원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