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강 지키는 세포, 새 현미경으로 선명하게 관찰

POSTECH·연세대·서울대병원 공동연구팀, 형광 표지 없이 결막 술잔세포 관찰 기술 개발

2025-04-21     김수정 기자
▲ 연구 이미지 ⓒ포스텍

국내 연구진이 눈 건강의 핵심인 결막 술잔세포를 형광 염색 없이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혁신적인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안구건조증과 같은 안구표면질환의 정밀 진단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기현 교수 연구팀은 연세대 기계공학과 주철민 교수 연구팀, 서울대병원 안과 윤창호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경사 후방조명 위상 현미경(Oblique Back-illumination Microscopy, OBM)'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 국제 학술지 'The Ocular Surface' 최신호에 게재됐다.

결막 술잔세포는 눈물막의 주요 성분인 점액(mucin)을 분비해 눈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세포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점액 분비가 감소해 눈물막이 쉽게 붕괴되며, 이는 안구건조증이나 결막염 같은 안구표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OBM 기술은 조명광을 현미경 주변에 위치시켜 빛이 세포를 비스듬히 통과하게 하는 방식이다. 세포가 빛을 굴절시켜 영상을 생성하는 원리를 활용해, 형광 염색 과정 없이도 일반 광학 현미경으로 술잔세포를 직접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OBM 기술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해 기존 형광 현미경과 결합한 실험을 진행했다. 정상 쥐의 결막에서 OBM으로 관찰된 세포가 실제 술잔세포임을 형광 영상으로 확인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고삼투압 환경에서 술잔세포의 반응을 관찰했다. 눈물이 부족한 상태를 모사하기 위해 고농도 소금물을 쥐의 눈에 투여한 후, 시간에 따른 세포 변화를 추적했다. 정상 상태에서는 점액으로 가득 찬 술잔세포가 높은 영상 측정값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점액을 방출하면서 측정값이 크게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현미경 기술 개발을 넘어, 안구표면질환의 정밀 진단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라고 김기현 교수는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안구건조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안구건조증은 다원성 질환이어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이번에 개발한 결막 술잔세포 검사 기술은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 기초연구실, 그리고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