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혁신으로 진화된 배터리…충전은 더 빠르게 수명은 더 길게
포스텍-에너지기술硏 연구팀…하드카본·나노 주석입자 결합…고성능 배터리 음극소재 개발…다양한 응용 분야서 활용 기대
전기차부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까지 빠른 충전과 높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배터리 소재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하드카본과 나노 크기의 주석 입자를 결합한 차세대 배터리 음극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기존 리튬이온전지에서 주로 사용되는 흑연 음극은 내구성은 뛰어나지만 낮은 이론 용량과 느린 충·방전 속도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드카본과 주석을 결합한 새로운 전극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
하드카본은 탄소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얽힌 구조로, 내부에 다양한 크기의 통로가 존재해 리튬이나 나트륨 이온의 이동이 용이하다. 이로 인해 빠른 충전과 높은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며, 구조적 안정성도 우수하다.
연구팀은 솔-젤 공정과 열 환원 과정을 통해 수 나노미터 크기의 주석 입자를 하드카본 내부에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주석의 낮은 녹는점(약 230°C)으로 인해 나노 크기로 제조하기 어려웠던 기존의 한계를 극복한 성과다.
"개발된 복합 구조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기능적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연구팀은 설명했다. 주석 나노입자는 활물질 역할뿐만 아니라 하드카본 결정화를 유도하는 촉매 기능도 수행한다. 이로 인해 낮은 온도에서도 고결정질 카본이 형성되며, 충·방전 과정에서는 리튬 이온과 반응해 주석-산소 결합을 재형성함으로써 배터리 용량을 향상시킨다.
이 새로운 전극은 리튬이온전지에서 20분 급속 충전 조건에서도 1,500사이클 이상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으며, 기존 흑연 음극 대비 약 1.5배 높은 부피 에너지 밀도를 기록했다. 고출력과 고에너지 특성을 동시에 구현하면서 수명 안정성까지 확보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전극이 리튬이온전지뿐만 아니라 나트륨이온전지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트륨 이온은 흑연이나 실리콘과의 전기화학 반응성이 낮아 기존 음극 소재와 잘 반응하지 않지만, 개발된 하드카본-주석 나노 복합 구조는 나트륨 환경에서도 높은 안정성과 빠른 반응성을 유지했다.
POSTECH 박수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며, "전기차, 대규모 에너지저장시스템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규진 박사는 "고출력·고안정성·고에너지밀도를 동시에 구현 가능한 복합 전극개발과 나트륨이온전지로의 확장성은 이차전지 음극 시장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POSTECH 화학과 박수진 교수, 첨단재료과학부 최성호 박사, 화학과 한동엽 박사 연구팀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규진 박사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 나노'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