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나노기술로 신약개발 혁신 이끈다

NanoDEL 기술 플랫폼 개발…다양한 화학 반응 자유 수행…신약 후보물질 발굴 효율↑

2025-04-15     김수정 기자
▲ 임현석 포스텍 교수, 왕희명 연구원, 서종철 교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텍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진이 신약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혁신적인 나노 기술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약 후보물질 발굴 효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과·첨단재료과학부·융합대학원 임현석 교수와 서종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최근 화학 분야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부표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 과정은 화합물을 하나씩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수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DNA-암호화 라이브러리(DNA-encoded library, DEL)' 기술은 수억 개의 화합물을 동시에 스크리닝할 수 있어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기존 DEL 기술은 DNA의 용해도 문제로 모든 반응이 물에서만 진행되어야 하고, DNA가 다양한 화학반응 조건에서 쉽게 손상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노입자 표면에 DNA와 화합물을 결합한 'NanoDEL(Nanoparticle-Based DNA-Encoded Library)'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나노입자가 물뿐만 아니라 유기용매에서도 안정적으로 분산될 수 있어 다양한 화학 반응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NanoDEL 기술은 한 나노입자에 여러 개의 DNA 태그를 부착함으로써 일부 DNA가 손상되더라도 남아있는 태그를 통해 분석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마치 여러 개의 백업 USB를 보유한 것처럼 데이터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왕희명 박사는 "NanoDEL 기술은 기존보다 100배 이상 다양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제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유전자암호화라이브러리 코어뱅크구축사업의 재정적 지원으로 수행됐다. 한국화학연구원 허정녕 박사가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국내 바이오 신약 개발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