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연구팀, 물과 전기 동시 생산하는 혁신적 '줄무늬 증발기' 선보여
얼룩말의 줄무늬가 준 영감으로 태양광 담수화 기술 개발
전 세계 22억 명이 안전한 식수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진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혁신적 해수 담수화 기술을 개발했다. 화학공학과 전상민 교수와 토시프 와니 박사 연구팀은 얼룩말의 체온 조절 메커니즘을 모방한 '얼룩말 줄무늬 증발기'를 통해 태양광으로 바닷물에서 식수와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성과는 해수 담수화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해수담수화(Desalination)'에 최근 게재됐다.
2024년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22억 명이 안전한 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해수 담수화 기술은 높은 에너지 소비와 초기 설비 비용으로 인해 외딴 지역이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태양열 기반 증발식 담수화(Solar Steam Generation, SSG)' 기술은 태양광을 이용해 물을 국소적으로 가열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고 구조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증발 면적이 커질수록 중심부에 수증기가 축적되어 증발 효율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존재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얼룩말의 줄무늬가 체온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물학적 원리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얼룩말의 검은색 줄무늬는 햇빛을 흡수해 온도를 높이고, 흰색 줄무늬는 빛을 반사해 온도를 낮추는데, 이로 인한 온도 차이가 자연적인 공기 대류를 유도한다는 원리다.
이 원리를 적용해 연구팀은 셀룰로스 박막에 빛 흡수 특성이 우수한 폴리피롤을 입힌 검은색 SSG 박막을 제작하고, 이를 일정 간격의 줄무늬(검은색 80%, 투과 공간 20%) 형태로 절단했다. 이 구조 아래에 태양전지를 배치함으로써 수분 증발과 전력 생산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
특히 이 구조를 지그재그 형태로 접어 3차원 줄무늬 SSG로 제작한 결과, 온도 차이에 따른 공기 대류 촉진 효과와 함께 증발기 뒷면에서의 추가 증발, 내부 빛 산란 증가 등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2차원 구조에 비해 담수 생산량이 28% 향상(1.25kg/m²h→1.6kg/m²h)되었고, 전기 생산 역시 약 10% 증가(20.5mA→22.5mA)하는 성과를 거뒀다.
"얼룩말 줄무늬 3D 태양열 증발기는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대형화에 유리하며, 전기와 담수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어 전력과 식수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상민 교수는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역혁신 선도연구센터 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