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임박, 국내 산업계 비상

자동차·철강·반도체·배터리 업계, 대응책 마련에 총력

2025-03-30     강신윤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가 다가오면서 한국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품목별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와 철강 업계는 관세율이 '25%+α'로 상승할 가능성에 더욱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도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직간접적 타격을 우려하며 현지 생산 확대를 포함한 피해 최소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101만5천5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향후 현지 생산능력을 최대한 확대하더라도 50만~70만대는 여전히 관세 영향권에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평가기관들의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S&P 글로벌은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기아 영업이익이 최대 19%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멕시코·한국 수입차에 관세 25%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EBIT(영업이익)가 34% 축소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2028년까지 미국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 산업·에너지 분야에 총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진출 이래 투자했던 205억 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분명 고무적이고 기대해볼 만한 부분이 있다. 상호관세 협상 카드로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개별 기업의 노력을 어느 정도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라고 전했다.

철강 업계도 이미 25% 관세를 맞은 상황에서 추가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대형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철강 제품에도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 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포스코 역시 미국에 '상공정' 분야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신정부가 추진하는 조선 및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사업 등에서 한국이 최우선 파트너로 거론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반도체에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정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7.5%로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생산을 한국이 주도하는 만큼 대체재가 없어 관세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품목별 25% 이상의 관세에 상호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각각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지금부터 공장을 새로 지어도 완공까지 한참 걸리고 비용도 수조 원이 든다"며 "관세를 피하려고 공장을 짓는 것이 과연 이득일지 기업 입장에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타깃이 된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운영하는 배터리 업계와 가전 업계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인 캐나다에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해 있다.

멕시코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과 TV 등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는 멕시코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주요 가전 생산지를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옮겨 즉각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황태환 DA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다양한 공급망을 준비하고 있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어 미국 관세 정책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