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 별세

37년 '삼성맨'의 갑작스러운 이별, 경영 리더십 공백 우려

2025-03-25     강신윤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5일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국내 전자산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 주주총회 주재와 중국 출장 등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쳤던 한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부고는 삼성전자 구성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겼다.

"한국 전자산업의 거목이 졌다"라고 한 업계 관계자는 고인을 추모했다.

1988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평생을 회사에 헌신하며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한 부회장의 별세는 삼성 구성원들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그가 삼성전자의 어려운 시기에 떠나면서 경영 리더십에 공백이 발생하게 됐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DA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까지 '1인 3역'을 담당했다. 그의 별세로 이 모든 직책이 공석이 된 상황이다.

작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과 경계현 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 '투톱' 체제였다.

그러나 지난해 5월 DS부문장이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되면서 한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다가, 작년 11월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내정되면서 2인 대표이사 체제가 복원됐다.

불과 4개월 만에 삼성전자는 다시 1인 대표이사 체제로 돌아갔다.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의 유고에 따라 전영현 단독 대표이사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너무 갑작스럽게 별세해 바로 그의 후임 임명 등을 논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한 부회장이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였다.

당시 주총에서는 삼성전자의 부진한 주가와 실적에 대한 주주들의 질의가 이어졌고, 한 부회장은 낮은 자세로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주가가 주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던 그의 말은 37년간 '삼성맨'으로서 회사에 헌신해온 생전 마지막 공식 메시지가 됐다.

삼성전자는 26일 생활가전(DA)사업부의 비전과 전략, 비스포크 인공지능(AI) 신제품 라인업을 소개하는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 행사를 예정하고 있었다.

작년 행사에서는 한 부회장이 직접 기조연설을 맡았으나, 그의 별세로 행사 진행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현재 중국 출장 중으로 당장 귀국해 조문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난 37년간 회사에 헌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은 TV 사업 글로벌 1등을 이끌었으며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세트 부문장과 DA사업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추모했다.

한 부회장의 업계 동료인 조주완 LG전자 CEO는 LG전자 주총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 부회장은 한국의 전자산업 발전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주셨고, 지난 37년간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누구보다 많은 기여를 하신 분"이라며 "참 아쉽게 생각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