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덕수 총리 탄핵 기각… 與 ‘尹 대통령 기각’ 기대감 확산

87일 만에 직무 복귀…“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합리와 상식의 시대로 나아갈 것” 다짐

2025-03-24     강신윤 기자
▲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 복귀한 한덕수 대통 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며 헌정사상 첫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심판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한 총리는 직무정지 87일 만에 공식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헌재는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과 한 차례의 정식 변론을 거쳐 이번 결정을 내렸다. 지난 2월 19일 90분간의 변론을 끝으로 심리를 종결했으며, 국회 측의 변론기일 연장 요청은 “수사기관의 회신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닷새 후인 지난해 12월 8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와 국민의힘이 긴밀히 협력해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12월 11일에는 “계엄 선포 과정에서 일관되게 반대했으나 끝내 막지 못해 자책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계엄 선포 이후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자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총리에게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을 임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 총리가 “여야 합의 때까지 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히자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결국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지 13일 만인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됐다. 당시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탄핵소추안에는 총 5가지 사유가 포함됐다. 국무총리로서의 업무와 관련해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채해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방치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가 지적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업무와 관련해서는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탄핵 사유로 적시됐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한 총리는 국회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부당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계엄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지난달 20일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는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다”며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한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대통령을 보좌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으나 대통령이 다른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군 동원에도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직무 복귀 후 한 총리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우선 급한 일부터 추슬러 나가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정된 국정 운영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이미 현실로 닥쳐온 통상 전쟁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확보하는 데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지금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새로운 지정학적 대변혁과 경제 질서 재편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남은 기간에 제가 내릴 모든 판단의 기준을 대한민국 산업과 미래 세대의 이익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가 50년 가까이 모신 우리 국민 대다수는 나라가 왼쪽으로 치우는 것도, 오른쪽으로 치우는 것도 원치 않았다”며 “다만 위로, 앞으로 올라가고 나아가기를 원했다”고 언급했다.

한 대행은 “지난 몇 년 우리가 명백히 목격하고 배운 것이 있다면 극단으로 갈라진 사회는 불행으로 치달을 뿐 누구의 꿈도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여야와 정부가 정말 달라져야 한다. 저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초당적 협력이 당연한 주요 국정 현안들을 안정감 있게, 동시에 속도감 있게 진척시킬 수 있도록 저부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대한민국이 합리와 상식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오로지 나라와 국민 전체를 바라보며 제가 들어야 할 모든 목소리를 듣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