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영버스터미널 폐업 위기 심화

39년 역사 울진 온정터미널, 하루 평균 3.7명 이용에 존폐기로

2025-03-21     김수정
지방 민영 버스터미널들이 이용객 감소와 운영난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국터미널협회에 따르면 현재 161개 민영터미널이 잠재적 폐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최근 7년간 이미 38곳이 문을 닫았다.

경북 울진군 백암온천로에 위치한 온정종합터미널은 이러한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지난 20일 오전 방문 당시 39년 역사를 지닌 이 터미널은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건물에 대합실은 적막하고 매표소는 텅 비어 있었다.

'종합터미널'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하루 4회 운행하는 동서울행 버스 노선이 전부인 이곳은 울진 평해읍, 후포면과 영주시를 거쳐 서울로 향하는 유일한 노선만 운영 중이다.

"빈 차로 출발할 때가 많다. 온정종합터미널에서는 많이 타봐야 한두 명이다"라고 버스 기사 A씨는 전했다. 그는 "몇 년 전 지역 대형 숙박시설이 폐업하면서 그나마 있던 탑승객도 이제는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986년 문을 연 온정종합터미널은 지역 관광명소였던 백암온천의 쇠퇴와 함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4년 연간 탑승객은 1,356명으로, 하루 평균 3.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속적인 적자로 운영난을 겪고 있는 온정종합터미널 측은 지난달 울진군에 터미널 매입을 건의했다. 김용규 온정종합터미널 대표는 "군에서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매입이 안 될 경우 터미널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터미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민 B씨는 "간염이 있어서 3달에 한 번씩 아산병원에 검진받으러 간다. 차가 있어도 운전해서 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주민 C씨도 "매달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가서 진료받는다. 서울에 있는 딸도 고향 오갈 때 버스를 탄다"고 전했다.

울진군은 현재 터미널 측의 매입 건의를 검토 중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주민 의견수렴 검토 등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타 시군의 민영 터미널 매입 사례도 파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영천시는 지난해 1월부터 지역 민영 버스터미널의 대합실, 매표소, 화장실 등 건물 일부를 임차해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공영버스터미널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지역 간 교통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버스터미널의 존속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교통 취약 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공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