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거래 해제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 껑충… 국민평형 20억원 강남3구 갭투자 건수 2배
토지거래 해제 갭투자 불러...강남3구 중심 집값 가파른 상승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중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국민평형 가격이 3년 3개월만에 모두 평균 2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이른바 ‘갭투자’ 의심 건수도 작년 연말에 비해 지난달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후 갭투자가 가능해진 여파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가격도 지난달 14억원을 돌파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의 전용면적 84㎡인 이른바 국민평형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은 14억3895만원으로 전월(13억6859만원) 대비 5.14% 올랐다고 17일 밝혔다.
직방이 데이터 집계 기준으로 삼은 202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특히 서초(31억4043만원), 강남(27억634만원), 송파(20억2813만원)는 평균 거래 가격이 각각 20억원을 넘으며 지난달 평균 거래 가격 순위에서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서초구는 래미안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등이 평균 가격을 끌어올렸고, 강남구는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와 디에이치아너힐즈 같은 준신축 아파트가 30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송파구는 헬리오시티, 리센츠, 잠실엘스, 트리지움, 파크리오 등에서 20억원 이상 거래가 늘었다. 강남3구 집값이 동시에 20억원을 상회한 것은 집값이 고점이던 2021년 11월 이후 3년 3개월만이다.
당시 서초는 26억206만원, 강남 24억9750만원, 송파 20억8480만원에 평균 매매가를 형성한 바 있다. 지난달 용산(19억1413만원), 종로(18억7190만원), 성동(16억1137만원), 마포(15억8311만원)는 15억원을 넘었다.
평균 거래가가 가장 낮은 곳은 도봉(6억1529만원)과 강북(6억8257만원)으로 7억원을 밑돌았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강남3구의 갭투자 의심 주택 구매 건수는 총 134건으로 조사됐다.
해당 건수는 임대보증금을 승계 받고 금융기관 대출을 끼고 있으며 입주계획을 ‘임대’라고 써낸 사례들이다.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낮던 작년 12월엔 갭투자 의심 주택 구매 건수가 61건에 불과했다.
두 달 사이 의심 건수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후 한 달 만인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실제 해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 거래 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거주 의무기간도 2년가량 부여돼 임대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거래가 늘어난 만큼 매매 금액 규모도 커졌다. 갭투자 의심 주택 거래의 금액 합계를 보면 작년 12월 1118억 5700만원에서 올해 2월 2943억 7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강남3구에서 이 같은 거래가 늘며 서울 전역으론 갭투자 의심 주택 구매 건수가 작년 12월 232건(3243억원)에서 429건(6991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규제 해제 등 호재가 없었던 강북 지역은 보증금을 승계 받고 금융기관 대출을 끼고 있으며 입주계획을 임대로 써낸 사례가 이전과 비슷한 규모였다.
강북 지역은 이 같은 갭투자 의심 주택 거래가 작년 12월 12건(91억원)에서 올해 2월 14건(112억원)에 불과했다.
갭투자가 늘어나는 건 규제 해제 이후 강남3구 집값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공개한 ‘2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0.18% 상승했다.
작년 11월(0.2%) 이후 3개월 만에 오름폭이 가장 컸다. 송파구(0.94%), 서초구(0.74%), 강남구(0.68%) 상승세가 유독 강하기도 했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서울 주택매매소비심리도 5개월 만에 상승 국면으로 전환했다.
이날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4.7로 전월보다 14.3포인트 급등했다. 작년 9월 이후 5개월 만의 상승 전환이다. 이 지수는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직방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 해제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이 예상되면서 주택 시장에서도 변화 조짐이 보인다”며 “실거주 수요가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거래량이 증가했고 가격도 탄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