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부분 직장폐쇄에 노조 총파업 보류
일촉즉발 상황 모면...장기화 우려 여전
2025-02-25 강신윤 기자
그러나 직장폐쇄의 적법성을 두고 노사 간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갈등의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한 다른 산업군의 연쇄 생산 차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트럼프 리스크' 등 대내외 위기에 직면한 경제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 5개 지회는 24일 확대간부회의 및 결의대회를 열고 26일과 27일로 예정됐던 총파업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다음 달 초 지회장 회의를 통해 총파업 일정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현행 부분파업을 유지하면서, 사측의 직장폐쇄 장기화 시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내부적으로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쳐 직장폐쇄라는 강경 조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측이 부분 직장폐쇄 기한을 특정하지 않은 만큼 양측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측은 최근 기본급 450%와 현금 1000만원을 포함한 1인당 2650만원의 성과급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며 한 달째 총파업과 부분·일시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반복된 파업으로 이달에만 냉연강판 27만톤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며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불가능해져 막대한 피해가 초래됨에 따라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2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준하는 1인당 4500만원(기본급 500%+현금 1800만원)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퇴직자의 현대차와 기아 차량 구매 시 20% 할인을 추가로 요청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감소한 3144억원(연결기준)에 그쳤다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제시안대로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별도 기준으로 473억원 흑자에서 65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산업계 전반에 연쇄 타격이 우려된다. 현대제철이 부분 직장폐쇄를 결정한 공정은 열연강판을 염산으로 세척하고 압연기로 두께를 줄이는 핵심 공정인 산세압연설비(PL/TCM) 파트다.
이 공정이 중단되면 후속 작업도 함께 멈추게 되어, 당진제철소의 하루 1만8000톤에 달하는 냉연강판 생산이 전면 중단된다.
한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재고 물량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겠지만, 직장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현대제철 냉연강판을 사용하는 자동차, 가전, 전자부품 등 국내 주력 산업에서 연쇄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현대차는 24일부터 28일까지 울산 1공장에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코나EV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침체기와 내수 부진, 주문량 감소에 따른 생산량 조절 차원의 결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