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현실화에 韓 산업계 비상… 수출 1위 자동차 생존 대책 부심

글로벌 무역 환경 불확실성↑…반도체 등 핵심산업 타격 우려…정부·기업 대응 능력 ‘시험대’

2025-02-16     강신윤 기자
▲ 경가도 평택항에 세워진 수출용 차들과 컨테이너 박스 ⓒ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한국 산업계가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업계와 정부는 트럼프 시대에 생존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양한 관세 조치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공식화되었으며,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이 차지한 비중은 35%에 달했다.

이는 이 두 산업이 한국 수출의 핵심 축임을 보여준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들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해 미국 내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해당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책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모두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의 FTA 체결로 대부분의 관세를 이미 철폐했기 때문에 당장 상호 관세 정책의 주요 대상국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흥국증권의 이영원 연구원은 "한국은 FTA 체결로 미국과의 관세율 차이가 거의 없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8위에 해당하는 무역적자 대상국"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한 "자동차,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의 무역 불균형이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미국이 10%의 보편관세를 도입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이 작년 대비 132억4천만 달러(1.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응해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능력을 최대 118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현대제철은 미국 내 대형 제철소 신설을 검토 중이다.

정부 역시 비상 수출 대책 및 유턴 기업 지원 대책 마련 등 다각도의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회담에 이어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보 통상차관본부가 17일부터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통상 분야 의견 교환에 나선다.

한국무역협회 양지원 수석연구원은 "민관 합동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한국 기업들의 미국 경제 기여도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향후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와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주목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