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비핵화, 아니라 할 수 없지만 결단했다 보기 어렵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보다 핵폐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

2019-05-15     손주락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인 한동대학교 박원곤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달변이었다. 한동대 국제처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북한 문제부터 외교·안보분야에 까지 답변에 막힘이 없었다.

사전에 잘 준비된 프로그램을 보느 듯했다. 북한문제에 대한 김정은의 계산법과 트럼프의 전략, 우리나라의 외교라인의 문제점 등을 소상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명했다.(편집자 주)

◆김정은의 전략은 외교적 다변화, 자력갱생, 긴장고조
Q.북한이 지난 4일에 이어 닷새만인 9일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김정은의 전략은.
A.북한의 외교적인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외교적 다변화 ▲자력갱생 ▲긴장고조다. 이번 전략은 긴장고조로 늘 해오던 방식 중 하나다. 미사일을 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하고 있었고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예상을 벗어난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예상보다 빨랐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예상보다 강했다는 것이다. 즉 미사일을 쏜 것은 예상된 수순이지만 그 순서와 방식이 크게 달랐다는 것이다.

북한의 기존 긴장고조 방식은 장사정포와 대구경방사포를 쏘고 자신의 연례적 훈련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후 단거리 미사일을 쏘는 순서로 돼있는데 이번에는 이 순서를 벗어나 바로 미사일을 쏜 것이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KN-21 이스칸데르급, 한국 방어수단 없어
Q.이번 미사일이 기존의 미사일과 다른 점이 있는가.
A.단순한 단거리 미사일이 아니라는 점도 집중해야 한다. 한미당국은 불상의 발사체로 호칭했지만 이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탄도미사일로 북한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KN-21로 명명한 러시아 기술을 기반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다.

KN-21은 재래식이 아닌 핵전력의 획기적 기술로 탄생한 신형무기다.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으며 사거리 역시 이스칸데르급임을 감안하면 50km에서 500km까지도 추정이 가능하다.

최대 1000km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는 보고도 있어 북한 최북단에서 쏘면 최남단인 제주도까지도 타격이 가능하다. 사정거리도 길지만 현재의 전력으로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Q.현재 배치된 사드나 패트리어트미사일로도 방어가 불가능 하다는 말인가.
A.KN-21은 떨어지는 속도가 마하 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패트리어트미사일 체계로는 마하 속도를 요격할 수 없다. 사드 역시 마하 5 이상은 요격이 힘들다.

뿐만 아니라 고도는 50km까지 가는데 패트리어트와 사드가 요격하기 까다로운 구간이며, PAC-3 MSE의 경우 요격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한국군에는 2021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편심탄도비행이라는 불규칙적 비행도 요격을 힘들게 하고 있다. 고도랑 속도면에서 방어가 가능하더라도 비행법상 요격이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편심탄도비행을 막은 보고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체연료를 쓰면 1~2시간이 소요돼 대비가 가능한데 고체연료를 쓰기 때문에 10분에서 15분만에도 발사 준비가 가능해진다. 사실상 재진입기술만 확인이 안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마저 준비가 되면 현 기술로 방어는 불가능해진다.

Q.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가 내포하는 의미가 큰 것 같다.
A.이번 미사일은 열병식에서 신형을 보여주고 처음 시험 발사한 것인데 동해서 발사하고 서해서도 발사했다. 서해서 발사할 경우 내륙을 지나가는 만큼 위험부담이 큰데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결과로 해석된다.

발사는 성공적이었기에 바로 실천 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사일은 또 기술확장력도 크다. 김정은은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하고 이후 핵 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그때까지는 완벽하게 기술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에 보여준 유도장치와 항법장치가 어려운 기술임에도 이러한 기술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어 거의 완벽하게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봐진다.

Q.북한의 미사일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는데 우리가 대응할 방법은 없는가.
A.북한의 KN-21과 유사하고 기술력은 더 좋은 현무-2B를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핵탄두가 없다. 핵탄두를 실고 안 실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일각에서는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지만 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술핵을 한미가 공동으로 협의하고 사용해야 만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핵우산으로 미국이 우리가 정말로 위험에 처했을 때 핵우산을 펼쳐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김정은의 외교 다변화 전략, 러시아 푸틴과는 실패
Q.북한이 미사일 발사라는 긴장고조 전략 외 다른 전략도 궁금하다.
A.또 다른 전략인 외교적 다변화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접촉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미회담과 북러회담을 보면 실패한 외교 행보로 전분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역시 제2차 북미정상회담 방송사에서 분석 중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트럼프의 행보를 전혀 예측하지 못해 당황한 바 있다. 김정은 역시 이 같은 트럼프의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북러정상회담 역시 성공한 회담은 아니다. 북한은 여전히 제재를 받고 있고 고립된 상황이기 때문에 조급한 움직임을 보였다.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표시 날 만큼의 실패한 회담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나름 러시아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이 원하는 얘기는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러시아가 처음 북한을 접촉한 적 있는데 그때는 북한이 상종가로 오히려 러시아를 멀리했다.

이번에는 반대가 된 입장이다. 러시아와 이렇게 급하게 접촉한 것은 예상 밖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처럼 조바심, 서두름의 결과다. 북한의 경제적인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사실상 푸대접을 받았다. 푸틴이 국경을 들리는 차 김정은을 만난 것으로 간주된다. 실질적인 성과도 없었다. 결국 북한은 북러회담보다 북일회담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외교적 다변화로 현 상황을 돌파하려고 하지만 완전한 돌파가 힘들어 보인다. 두 번째 전략은 자력갱생이다. 대북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의 노력동원 형태로 지난해 연말부터 부르짖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종합해서 볼 때 역설적으로 읽히는 게 있다. 3대 외교 전략을 북한이 펼치고 있지만 그만큼 북한의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고 쉽게 말해 배가 고픈 상황이 펼쳐져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보다 핵폐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
Q.이러한 상황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어떤가.
A.누구나 같은 입장이겠지만 본인이 김정은이 아닌 이상 아무도 모른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완전히 비핵화를 두고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비핵화를 결단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북한의 결정은 곧 김정은의 결정이다. 정책은 바뀌기 힘들지만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 더 바뀌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보다는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판을 깬 이유가 핵을 포기하는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비핵화를 두고 남북미의 해석이 여전히 다른 점도 문제다. 비핵화에 대한 정의가 처음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비핵화는 조선반도 비핵화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고 했다. 핵우산 철거부터 주한미군 철수까지 이 같은 조건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비핵화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

두 번째는 비핵화의 최종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히 설정해야 한다. 생산해놓은 과거의 핵 물질과 현재의 핵 시설, 미래의 핵 기술자(핵 지식)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세 번째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비핵화의 순서는 신고, 검증, 폐기 순인데 핵과 미사일을 계속해서 제작하고 발사하는 북한은 선행돼야 할 동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점을 유념해야 하는 것이다.

Q.북한도 북한이지만 우리나라도 조급한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A.우리나라가 조급한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지 않다. 우리 정부가 만일 더 급하게 제재 이탈을 해서 금강산이나 개성을 소위 그들이 말하는 ‘우리민족끼리’를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 하더라도 매 순간마다 정확하게 진행상황을 알고 정책을 이어가야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것도 서두르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더 나아가 서두를 뿐만 아니라 일방적으로 수용을 하는 것도 문제다.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협상이고 밀고 당기기가 돼야 하는데 우리는 일방적인 당기기만 하고 있다.

그러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국은 일종의 고정변수가 되고 우리 정부의 협상력은 떨어지고 중재자나 촉진자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진다. 어느 정도 수준을 지켜가며 ‘밀당’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말이 대표적은 결과다. 현재 정부의 한계점은 드러나고 있다. 지금은 한 숨 고를 시기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북한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북미관계를 남북관계를 상위에 두고 있다. 북미관계의 개선이 없는 한 남북관계의 개선이 없다는 공식이 확정된 지금 쉬어가야 한다.

우리는 쉬어가는 동안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굳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핵동결 입구론-비핵화 출구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것이 비핵화에 대한 마지막 정의라고 판단된다.

미국이 비핵화에 대해 일괄타결을 얘기하니 일괄타결의 입장을 전하다가 북한이 단계적 해결을 얘기하면 단계적, 또 다시 포괄적 해결, 꽤 괜찮은 합의 등 원칙이 없는 비핵화 입장으로 딸려가기만 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만의 비핵화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대북관계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의 관계를 돌아봐야 한다. 현 상태는 외교가 좋지 않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왜냐 남북관계에 모든 걸 걸고 트럼프와의 단순한 개인과의 외교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당당한 주변국 외교가 아니라 헝크러진 주변국 외교라는 평가다. 한일관계는 바닥을 쳤다. 한중관계도 안 풀린다. 러시아와도 미적미적하다.

중국, 러시아, 일본을 내버려두고 북한과 트럼프에만 몰두해서는 외교 실패를 하게 된다. 남북관계는 다시 기회가 올 수밖에 없으니 그 때까지는 북한과는 침착하게 주변국과는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과 우리의 자세
Q.이쯤 되면 트럼프가 북한을 향한 계산이 어떤지도 궁금해진다.
A.미국과 트럼프의 입장은 두 번이나 북한을 만나고 나서 여전히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 만남은 탑다운(상의하달)이 아니라 실무회담을 열어 거의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할 타이밍이 됐다.

트럼프는 시간을 벌었다. 국내적인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경제도 나아지고 콘크리트 지지층도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이 바뀐 것이 있다. 트럼프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면죄부를 줘버린 것이다.

북한이 쏜 미사일은 단거리 탄도가 아니라 단거리를 쏜 준중거리 탄도로 이는 UN결의안 위반인데 규탄하는 목소리가 없었다. ‘신뢰를 깬 것이 아니다’라고 했기에 김정은의 입장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한테는 직접적이고 새로운 위협이기 때문에 트럼프에 직접 문제제기를 해볼 필요도 있는 사안이다.

현재 트럼프의 외교 상황은 이란과 상황이 좋지 않고 베네수엘라 사태에 발이 끌려가고 있다. 가장 심한 것은 미중관계의 협상이 깨진 것이다. 트럼프가 그나마 대외정책에 성공했다고 유일하게 주장한게 북한인데 이마저 여의치 않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인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동결하지 않고 계속 개발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무엇하고 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원점으로 돌아와 트럼프가 한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따라서 트럼프 입장도 시간이 마냥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Q.모든 것을 종합해 의견을 말해 준다면.
A.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자충수라는 해석을 내리고 싶다. 북한의 대외정책은 선대 때부터 분석하고 잘된 것은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2006년 미국 부시 정부 때 강력하게 북한을 압박하다 풀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때 미국이 북한을 압박했지만 북한이 핵 실험을 하니 미국이 유화책으로 바뀌어 합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는 북한 외교의 성공적인 사례이기에 김정은이 벤치마킹을 한 것이다. 상황이 어려우면 강공으로 치고 들어가자는 전략이다.

이번에도 미사일로 강경책을 유화책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바꾸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사일을 또 다시 발사할 수는 있는데 상대가 트럼프라 어느 시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다.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질적인 중재자와 촉진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할 때가 됐다. 그리고 주변국의 흐름을 파악해 중심에 설 수 있는 외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