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장기전 양상으로 전환

법원 결정 이후 지분 매입 경쟁과 명분 싸움 본격화, 국민연금 역할 주목

2024-10-21     강신윤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21일 법원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 분쟁은 지분 매입 경쟁과 명분 싸움을 동반한 장기전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법원의 결정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1차 가처분에 이어 2차 가처분마저 기각되면서, 이들의 공세가 무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과 함께 23일까지 전체 주식의 최대 20%에 해당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분 경쟁 측면에서 볼 때, 양측의 격차는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은 38.47%로, 최 회장 측의 33.99%보다 4.48%포인트 높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마치면 그 차이는 2%포인트 이내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 후 국민연금의 지분은 현재 7.83%에서 8.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가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MBK 연합은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현재의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이사회에 12명 이상의 신규 이사를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경영권 수성을 위해 지분 매입과 여론전에 집중할 전략이다.

베인캐피털을 통한 추가 지분 확보, 현대차그룹, 한화, LG화학 등 기존 우호 지분 유지, 그리고 새로운 우호 세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여론이 MBK에 비판적인 기조로 형성되고 있는 점도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MBK의 행보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양측 모두 지분의 과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지분 경쟁과 여론전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연금의 결정이 이 분쟁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