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자연과 인공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포항 ‘매산저수지 둘레길’

2024-08-27     이정택
▲ 매산지 둘레길 입구의 안내표지판 ⓒ이정택 기자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매산리에 위치한 매산저수지 둘레길은 다채로운 나무들이 우거진 숲에 포장 도로와 목재데크로 조성된 둘레길이다.

둘레길의 총 길이는 3.4㎞로 포장도로가 3㎞에 달한다. 목재데크는 매산저수지 상류에서 저수지 둘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매산지 둘레길에 가려면 포항 도심에서 영덕방면 7번 국도를 이용해 북송교차로에서 북송리와 매산리 방면으로 빠져 나와야 한다.

이후 매산교에서 좌회전을 하여 진입하면 만날 수 있다.

매산저수지로 가는 길은 무료하지 않다.

▲ 나무들이 우거진 둘레길 ⓒ이정택 기자

북송교차로를 지나 매산교로 향하면 양쪽에 펼쳐진 들판에서는 8월 어느 날의 푸르름을 한 껏 감상할 수 있다.

이어 매산교에서 좌측으로 진입하면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이 동학 최초의 접주제(接主制)를 실행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안내판이 당수나무 아래에 설치돼 있다.

좀 더 들어가면 매산지 둘레길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차량통행에 방해되지 않은 어느 지점에 잠시 주차를 하고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매산지 둘레길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둘레길에 최소한의 인공적인 설비(목재데크 등)를 가미해 조성된 둘레길로써 자연과 인공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저수지 상류, 목재데크 시작지점 ⓒ이정택 기자

차량으로 목재데크가 있는 저수지 상류까지 들어갈 수 있지만 필자는 오롯이 저수지 둘레를 둘러보고자 표지판 주변에 주차를 하고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겼다.

양쪽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오르막 길로 시작과 함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5분쯤 올라갔을 무렵 평지가 펼쳐지는데 목재데크가 있는 곳까지 대부분 평지로 되어 있어 걷는 데는 어려움은 없었다.

필자는 오른쪽 둘레길을 선택해 걸었는데 8월 어느 무더운 여름 날씨였지만 좌우에 우거진 나무와 잎이 햇빛을 가려줘 선선함을 선사했다.

매산지 둘레길은 포항의 저수지 둘레길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었다.

여느 저수지 둘레길은 자연적으로 조성된 둘레길이 있음에도 목재데크를 설치한 경우가 있지만 매산지 둘레길은 오로지 길을 잇는 용도로만 목재데크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목재데크 외에는 길을 잇는 방법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 저수지 상류의 모습 ⓒ이정택 기자

자연친화적으로 산길을 내어 매트를 깔거나 계단을 만드는 것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거나 관리를 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목재데크를 이용해 둘레길을 잇는 방법이 최선으로 보였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갈림길, 과수농장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갈림길 오른쪽 오르막길은 풍력발전단지로 이동할 수 있고 계속해 둘레길을 걸으면 오른쪽에 과수를 재배하는 농장과 농부를 만날 수 있다.

재배한 과수를 시장으로 내다팔기 위해서는 차량의 진출입이 용이해야 해 넓은 포장도로가 설치된 것 같다.

둘레길을 걷는 내내 울창한 숲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 울음소리, 무더운 여름 목놓아 울고 있는 매미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준다.

▲ 저수지 상류, 골짜기 모습 ⓒ이정택 기자

여기에 과수농장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방송 소리가 함께 어우려저 여느 시골과 다름없는 풍경을 자아내기도 한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었다.

저수지 둘레길임에도 불구하고 저수지를 감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무와 나뭇잎이 울창해 저수지가 잘 보이지 않았고 더욱이 수위도 낮았다. 태풍이나 갑작스런 폭우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포장도로가 끝이 나는 지점에는 목재데크의 시작 지점인데 여기서 저수지를 감상할 수 있다.

둘레길 시작 지점에서 약 20분을 걷다 보면 포장도로가 끝이 나고 목재데크와 큼직한 나무 한 그루와 마주하게 된다.

▲ 저수지 상류에서 바라본 저수지 전경 ⓒ이정택 기자

데크에서 저수지 전망을 감상하고 문득 뒤를 돌아보니 머지 않은 산 위에 거대한 풍력발전설비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 더 상류로 올라가면 저수지의 원류가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물과 함께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사람은 무척이나 시원했다.

데크를 오르내리면서 걷다보면 쉼터 정자가 나오는데 마치 요새처럼 주변의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정자는 데크보다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지만 나무와 나뭇잎이 무성해 저수지를 감상하는 것은 어려워 아쉬움은 있었지만 잠시 앉아 땀을 식힐 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땀을 식힌 후 다시 데크를 따라 내려왔다.

길지 않은 데크길이 끝이나면 다시 한번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 둘레길 ⓒ이정택 기자

오른쪽은 대나무숲이 울창하고 왼쪽으로는 나무와 풀이 우거져 있다.

내려가는 발걸음은 시작할 때보다는 한결 가벼웠다.

이름 모를 새가 주변을 날아다니고 매매 울음소리는 한층 커졌다.

매산지 둘레길은 인적이 드문 둘레길이다. 이유로는 도심에서 이곳까지 거리가 가깝지 않거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점도 있다.

소위 이곳까지 오는 명분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오어지 둘레길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오어사가 있고 천마지 둘레길은 도심과 가깝고 출렁다리가 있어 새로운 명소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 저수지 둑에서 바라본 저수지 전경과 풍력발전설비의 모습 ⓒ이정택 기자

또 조박지는 수면위를 걷는 착각이 들 정도의 긴 데크를 조성했고 모두 평지로 조성돼 있다.

하지만 매산지 둘레길은 여느 저수지 둘레길과는 다르게 약간의 산행이 가능하고 울창한 나무숲으로 자연적으로 생긴 차양막, 마치 할머니가 살고 계실 것만 같은 시골 풍경은 매산지 둘레길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저수지 둑에 가까워 질수록 반대편 둘레길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저수지의 풍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재해에 대비하고자 수위 조절에 들어간 저수지에 주름살처럼 드러난 토양의 모습은 이색적으로 보였다.

또 저멀리 보이는 풍력발전설비가 인위적으로 보이면서도 파란 하늘과 저수지, 푸른 산과 잘 어울린다.

▲ 저수지 상류, 목재데크 길 ⓒ이정택 기자

이윽고 도착한 둑에서 둑 아래의 평화로운 마을을 바라보며 마지막 사진 한 장을 남긴다.

둘레길을 한바퀴 탐방하는데 1시간이 소요됐고 1시간 걷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자전거, 차량으로 포장도로 끝지점에서 도착 후 목재데크로 가볍게 탐방하는 것을 추천한다.

절기 처서(處暑)가 지났지만 무더위와 열대야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9월이 오기 전 매산지 둘레길을 걸으면서 올해 마지막 무더위를 물리쳐 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