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기업, 한수원 체코 원전 수주에 딴지

웨스팅하우스, 체코 당국에 한수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항의

2024-08-27     김산호
▲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연합
미국의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사업 수주를 저지하기 위해 체코 정부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국제 원전 시장에서 미국과 한국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체코전력공사(CEZ)의 한수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정에 대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한수원이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에 필요한 기술 이전 및 라이선스 권한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 측은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며 "한수원은 이 기술의 원천을 소유하지 않으며, 웨스팅하우스의 허락 없이 제3자에게 사용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웨스팅하우스는 자사 기술의 수출에 필요한 미국 정부 승인을 얻을 법적 권리가 오직 자신들에게만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체코 정부의 한수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원전 수출이 미국 기술의 불법 사용일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일자리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의 1만5천개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부터 미국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한국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한 국제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중재 결정이 2025년 하반기 이전에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웨스팅하우스의 이번 행보가 한수원을 압박해 지재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수원이 내년 3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에 수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수원은 현재 황주호 사장이 직접 웨스팅하우스 경영진과 만나 분쟁 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제 원전 시장에서의 기술 주도권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