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맨발러’의 힐링명소··· 포항 ‘조박지 둘레길’
포항은 수려한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어 해안 둘레길이 유명하다.
해안 둘레길 못지 않게 잘 조성돼 있는 것이 저수지 둘레길이다.
대표적인 둘레길이 오어지 둘레길, 조박저수지 둘레길, 용연저수지 둘레길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이 가운데 최근 새로운 여행과 힐링 트렌드인 ‘맨발걷기’가 가능한 ‘조박저수지 둘레길’을 소개하고 체험해보고자 한다.
조박저수지는 적계못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1949년에 준공된 대표적인 지역 농업용수용 저수지다.
이런 저수지를 포항시가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의 사업기간을 들여 저수지 둘레 3.2㎞를 데크로드 설치와 맨발걷기가 가능하게 주변을 개선하고 세족시설을 설치하는 등 시민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또 최근 맨발걷기가 새로운 힐링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더욱 각광받고 있는 둘레길이다.
봄과 여름은 녹음이 짙고 가을은 황금들판이 펼쳐져 있어 계절마다의 다른 매력에 빠질 수 있다.
붕어 등이 서식하고 있어 다양한 철새도 때가 되면 찾아오는 곳이다.
저수지 둘레길 체험의 시작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곳이 사찰 문수사가 있는 곳에서 시작하는 곳과 대송중학교 인근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어느 쪽에서 하던지 시작점으로 돌아오게 돼 있어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주차가 용이한 문수사 근처의 공영주차장이 아닌 대송중학교와 가까운 시작점에서 발걸음 내딛었다.
저수지 둘레는 3.2㎞로 어른 걸음으로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자연 감상과 사진 촬영, 휴식, 문수사 탐방 등을 한다면 시간은 좀 더 소요된다.
둘레길 길이의 절반은 데크로드이며 또다른 절반은 흙길로 조성돼 있다.
또 흙길은 ‘맨발로’로 지정해 신발 보관대, 세족시설을 설치해 맨발러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맨발걷기는 혈액순환 개선을 높이고 면역기능, 뇌 건강, 소화기능, 불면증, 당뇨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맨발로 입구에는 ‘맨발걷기는 무(無)비용으로 지상 최고의 명의보약을 달여 먹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팻말에 적혀있을 정도로 건강에 매우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는 시작한 대송중학교 인근 출발점은 대송중학교를 지나 첫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들어서서 맞이하는 곳이다.
필자는 주차장이 있는 문수사 주변에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빨리 걸어보고 싶은 생각에 대송중학교 인근에서 걸음을 시작했다.
시작 방향은 좌측(데크로드)과 우측(흙길)으로 가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필자는 좌측 데크로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데크로드는 대부분 구간이 수면 위에 설치돼 있고 수면과 데크로드 간 높이 차이가 크지 않아 마치 수면 위를 걷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데크로드 양쪽으로 푸릇푸릇한 이름 모를 수초와 갈대 그리고 물고기를 사냥하는 철새가 간간히 눈에 띄기도 한다.
필자가 걸었던 4월의 어느 날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상쾌했다.
짧은 데크로드를 지나면 다음 데크로드를 맞이하기 전 흙길이 나오는데 이때는 저수지보다는 반대쪽 들판과 산을 바라보면 녹음을 만끽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맞이한 데크로드 시작점에는 해충기피제 자동분사기가 설치돼 있고 흙먼지 털이기, 세족시설이 갖춰져있다.
조박저수지 둘레길 표지판도 설치돼 있어 둘레길의 특징과 주요시설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시설이라고 하지만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데크계단, 데크로드, 등의자, 산책로, 세족시설, 전망데크로 평범한 시설들이었다.
둘레길은 모두 평지로 조성돼 있어 걷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저수지에서는 낚시, 불법좌대 설치는 금지돼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
또 데크로드를 지날 때는 버드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우거져 나뭇잎들이 그늘을 만들어준 곳이 듬성듬성 있지만 흙길은 울창한 나무가 없어 모자 등을 챙겨 걷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면 울창한 나무숲 사이에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노랫소리는 테크로드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계속돼 귀를 즐겁게 한다.
30분 정도 걸었을 즈음 데크로드의 끝이 보인다.
절반을 왔다는 의미로 왼쪽으로 문수사가 보인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잠시 둘레길을 벗어나 절을 방문해 마음의 평온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데크로드 끝에는 주차장이 잘 정돈돼 있고 공중화장실도 깨끗하게 조성돼 있다.
아쉬운 것은 간단한 음료 등을 살 곳이 없기 때문에 수분 보충을 위한 음료는 준비할 것이 좋을 듯 싶다.
필자는 나무 아래서 잠시 쉬었다가 이번에는 흙길로 발길을 옮겼다.
흙길 산책로에서 저수지를 바라보는 것은 데크로드에서 바라는 매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데크로드에서는 저수지 너머에 우뚝 솟은 아파트들이 보였지만 흙길 산책로에서는 녹음이 짙은 울창한 나무와 숲이 보여 상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산책로는 제방으로 높이가 높아 데크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넓은 들판을 볼 수 있다.
들판 너머에는 주택들이 보이고 더 멀리에는 철강공단과 드넓은 영일만 바다까지 볼 수 있는데 포항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또 산책로 양쪽에 이름 모를 꽃과 식물들 그리고 노란색 꽃망울을 틔운 유채꽃도 종종 만날 수 있다.
흙길 산책길을 절반쯤 걸었을 즈음에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산책로 중간 곳곳에 설치된 등의자에 앉아 잠시 쉬면서 봄바람을 만끽했다.
잠시 앉아있던 사이에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은 꾸준했고 간간히 맨발로 걷는 시민들도 목격했다.
조박저수지는 포항 남구 연일읍 인주리와 대송면 남성리에 위치해 있고 포항버스터미널에서 대중교통으로는 약 20분(환승 1회), 자가용으로는 10분으로 가능해 접근성이 양호하다.
이번 주말 가족들과 함께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맨발 산책을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