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경북의 산업지형 달라진다…배터리와 반도체, 바이오 그리고 에너지

배터리(포항), 반도체(구미), 바이오(안동), 에너지(경주, 울진) 산업의 거점으로 도약

2024-01-01     김대엽 기자
▲ 경주 SMR 국가산단 조감도 ⓒ경주시

2023년 3월 경북 신규 국가산업단지 3곳이 동시에 선정됐다.

이날 신규 지정된 국가산단은 경주 SMR, 울진 원자력수소,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 3곳으로, 경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3곳이 선정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를 두고 “경북에 ‘신(新)산업 성장판’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지사는 “이들 산단을 모두 합하면 축구장 800개에 달하는 규모로, 기존 포항 철강산단과 구미 산단의 뒤를 잇는 경북의 새 성장축이 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동의 바이오, 울진의 원자력 수소, 경주의 소형모듈원자로(SMR)는 10년 후 대한민국의 국부를 책임질 산업”이라며, “해당 지역에 기업과 일자리가 생기는 점에서 균형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들어서는 구미국가산업 5단지 전경 ⓒ구미시

◇경북 산업의 전통적 동력 포항·구미…배터리·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그동안 경북의 산업은 포항과 구미가 이끌어왔다.

1973년 준공된 포항제철과 구미1산단은 준공 5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각각 배터리와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포항은 2019년 이후 누적 12조원이 넘는 배터리 관계 기업의 투자가 진행중이고, 구미는 SK로부터 5조5천억원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2023년에만 배터리 분야 6조1천12억원, 반도체 분야 2조1천498억원, 데이터센터 1조5천200억원을 포함해 총 12조5천억원의 투자를 달성했다. 일자리 창출 규모는 8천개에 육박한다.

▲ 배터리 소재 기업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포항 영일만일반산업단지에 준공한 제2공장 전경 ⓒ에코프로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산업기반 조성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9년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시작으로 이차전지 재사용·재활용 산업을 선점했고, 이차전지 혁신거버넌스 출범(2022년 11월), 이차전지 산업생태계 구축 업무협약(2023년 2월) 등 각종 국가정책사업을 다수 유치해 이차전지 산업생태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특히 포항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며 원료-소재-리사이클링의 혁신생태계 구축에 성공했다.

포항뿐만 아니라 상주(SK머터리얼즈), 김천(새빗켐), 구미(LG BCM) 등 다양한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7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포항(이차전지)이 선정되면서 인·허가 신속 처리 특례, 기반 시설 구축, 민원 처리, 펀드 조성, 세액공제 등을 패키지로 지원받게 돼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 이차전지 기업 투자는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 역시 같은 날 반도체 분야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구미는 향후 반도체 특화단지 육성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2032년까지 생산유발 5조3천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조8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직·간접 고용효과는 6천5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미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기판 등 대규모 생산라인에 2026년까지 민간 투자 4조7천억원을 확보해 반도체 공급망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6년까지 12인치(300㎜) 웨이퍼 시장에서 세계 2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조감도 ⓒ울진군

◇원자력 거점 경주·울진…SMR, 수소에너지 산업 선점
2023년 3월, 국토교통부는 경주 SMR 국가산단과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을 국가산단 후보지로 확정 발표했다.

경주 SMR국가산단은 문무대왕면 동경주IC 인근 일원 150만㎡ 규모의 부지에 3천996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조성된다.

경주시에 따르면 산단 조성 후 원자력, 전력, 원전해체, 연구개발서비스 등 23개 업종과 그린에너지, 소재부품, 전기설비 등 29개 연관 업종이 입주할 전망이다.

특히 인근 감포읍 일원에 착공에 돌입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SMR 연구개발의 요람으로 기능을 할 계획이며, 최근 착공한 중수로해체기술원 역시 같은 동경주 지역에 들어서게 돼 경주는 SMR 연구·개발에서 실증을 거쳐 양산 제작까지의 산업 인프라를 모두 갖추게 됐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역시 2029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울진은 이 산단을 통해 원자력 활용 청정수소 대량생산 특화기지를 구축하고 수소에너지 전주기 산업생태계 조성과 차세대 수소에너지 생산기술 실증연구단지를 품게 된다.

기업 유치에 있어서도 발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울진군에 따르면 이미 한국원자력연구원, 포스텍 등 R&D 기관 8개소와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 앵커기업 9곳과 입주 MOU를 체결했다.

원자력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고 날씨와 관계 없이 안정적 생산이 가능하다. 또 원전의 비송전 전력을 활용하기에 생산단가가 매우 저렴하다.

경북도는 울진의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을 연구와 개발은 물론 생산, 저장, 운반, 활용까지 가능한 수소 산업의 밸류체인으로 구축해 연간 20만t의 수소 생산기반을 갖출 계획이다.

원전을 설계하는 한국전력기술(김천)과 원전 건설과 운영을 하는 한국수력원자력(경주), 폐기물을 관리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경주)까지 모두 경북에 자리잡고 있다.

원전 운영의 전주기 인프라를 갖춘 국내 최대 원자력 집적지인 경북에 앞으로 경주 SMR 국가산단과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이 들어서면 경북의 에너지산업은 어느 지역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 예상 조감도 ⓒ안동시

◇선비의 고장 안동,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부상
안동 역시 경주·울산과 함께 바이오생명 국가산단으로 선정됐다.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은 풍산읍 노리 일원 132만㎡ 부지에 3천579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안동시는 이 산단에 바이오·백신 연구 및 지원시설을 통해 전 주기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헴프(HEMP)를 이용한 원료의약품 및 식품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사실 안동시는 바이오산업 중심 도시로서의 여건이 이미 갖춰져 있다.

안동대와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국제백신연구소 안동분원이 신기술 개발을 맡고, 백신상용화지원센터와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는 비임상·임상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검증된 제품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를 비롯한 지역 내 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안동은 전국 유일의 헴프규제자유특구로도 지정돼 있다.

헴프(산업용 대마) 재배 및 CBD를 이용한 각종 제품 제조와 신소재 개발까지 가능하다.

안동시는 ‘바이오백신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슬로건 아래, 백신·헴프·친환경 융합소재 산업 육성을 통해 기업중심 지원체계를 고도화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바이오백신 모델을 정립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