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자기생산 도시 포항...오토포이에틱 시티(Autopoietic City)를 꿈꾸다
법정 문화도시 포항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순환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영일만 아트앤테크 문화 클러스터(이하 문화지구)’를 구상하고 있다.
문화지구는 예술과 문화 그리고 과학기술의 융합 지구를 뜻한다.
포항시는 오토포이에틱 시티를 통해 포항의 재탄생, 변화 그리고 융합의 의미를 가져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오토포이에틱 시티는 ‘영일만 아트&테크 문화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마중물 전시다.
제작을 담당한 ‘해양 그랜트 마리오네트’ 팀은 포항의 탄생과 쇠락 그리고 재탄생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이런 가능성을 통해 포항의 잠재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필자는 각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과 연출을 통해 포항이 내재한 힘. 즉 잠재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1전시장-움직이는 대형 철 조각 ‘포항 i’, ‘Dragon-bot
제1전시장에는 한국-프랑스 협력팀 ‘해양 그랜트 마리오네트’의 ‘Dragon-bot’과 ‘포항 i’가 전시돼 있고 작품들은 모두 포항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철을 소재로 하고 있다.
Dragon-bot는 지난해(2022년) 제작된 작품으로 포항 전설 중 하나인 아홉 마리 용(九龍)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생김새와 특이한 모형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가장 관심사는 단연 ‘포항 i’라고 할 수 있다.
포항 i(포항아이)의 i는 intelligence를 의미하며 포항에 살아있는 지성체로 접근하기 위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포항아이는 포항 스스로가 포항스러운 것을 찾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 포항아이에 앞서 만나볼 것은 바로 전시관 한 켠에 마련된 영상 ‘Fe Circle(페로 써클) 콘티’로 포항을 대표하는 철의 서사를 담은 3D 애니매이션이다.
이 영상에서 철로 만든 움직이는 조각 ‘포항아이’가 등장하는데 주인공은 아트&테크 랩에서 만들어져 송도의 송림숲, 영일만을 헤엄쳐 동해안 심해로 가다 부식과 퇴적되고 용암을 거쳐 새롭게 채굴돼 철강이 되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즉 포항을 대표하는 철의 탄생과 융성, 쇠퇴 그리고 재탄생으로 이어지는 1천만년의 기간을 5분 20초의 짧은 시간으로 압축해 상영하고 있다.
같은 공간 한쪽에서는 포항아이의 아이디어 단계, 작품 설계를 위한 기본설계, 작동 부위별 세부설계, 사용부품과 기계장치 시뮬레이션, 조립과 동작 요소 구현에 이르는 과정 드로잉, 각종 설계도, 목작업이 전시돼 있다.
포항아이는 4.5미터의 대형 철 조각품으로 용접공을 모티브로 했다.
머리부터 발목까지 각 관절은 조종 레버를 통해 유압으로 작동하는데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앉고 일어서기, 각 관절 회전과 구부림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오른쪽 손에는 사람을 앉히고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다.
체험할 수 있는 시각은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와 4시에 진행한다.
한국-프랑스 공동 제작팀은 포항이 프랑스 낭트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문화도시로 발돋움한 낭트를 본보기로 삼기를 바랬다.
프랑스 낭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조선업이 활황기를 맞이하는 등 부유한 공업도시로 성장해나갔지만 동아시아의 조선업계 급성장 등으로 도시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쇠락기에 빠져든 낭트는 도시 재생사업과 문화사업을 육성하면서 도시의 재탄생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낭트의 ‘마쉰 드 릴’은 폐업한 조선소가 테마파크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사례이며 ‘코끼리’ 등 철로 제작된 작품을 찾아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이는 마치 해방을 맞이한 후 철강 등 중공업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포항이 점차 쇠락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과 흡사했다.
포항이 이차전지 등 신산업을 육성하고 발굴하는 가운데 낭트와 같은 문화와 재생도시로 변화하는데 제작팀은 뜻을 같이하고 힘을 모았다.
그 첫 번째 성과물이 Dragon-bot였고 업그레이드 된 작품이 ‘포항아이’인 것이다.
김윤환 총괄디렉터는 포항아이가 포항의 근현대 서사를 만든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오마주했고 포항의 현재를 살아가는 다양한 존재들을 닮고자 했다고 전한다.
또 철이란 물성(物性) 자체에 대한 탐구를 중요시 하며 철을 자르고 깎고 붙이고 조립하는 과정에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철의 중량감, 철 가루의 비린내, 차가움과 뜨거움, 단단함과 부드러움, 어떤 모양으로 변할 수 있는 가변성, 어떤 물질과도 섞일 수 있고 다시 본래로 돌아올 수 있는 개방성, 철 구조의 강직함, 듬직함, 깡깡이 두들김과 쇠의 갈리고 썰리는 소리의 향연 같은 것들이라고 표현했다.
공동제작팀은 어촌도시, 철강도시 포항을 과학도시이자 문화도시, 예술도시로 융합해내고자 노력했다.
또 포항아이의 움직임을 통해 ‘변화’와 ‘전환’, ‘결합’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
변화는 육중하고 다루기 힘든 철을 조형이라는 미학 결정체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며 민간과 공공 심지어 국가를 초월해 ‘공동 작업’ 형태로 융합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제2전시장-포항에 내재된 힘과 순환
제2전시장은 입구에 들어서면 처음 맞이하는 공간으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이 전시장을 통해 ‘포항의 내재된 힘과 순환’의 의미와 ‘잇기와 만나기와 순환’이라는 포항의 지도를 형상화했다.
처음 맞이한 작품은 ‘대지라는 지구 캔버스’로 대지를 구성하는 광물, 뇌록, 제올라이트, 화강암과 현무암을 배열해 놨는데 모두 포항에서 발견된 광물이 전시돼 있다.
화산활동으로 인한 지층의 특징을 자연 광물의 다채로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같은 대지의 다채로움은 바다 생명과 조우하면서 다양한 해산물과 어종이 서식하는 바다로 이어지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구룡포인 것이다.
전시에서는 대지와 바다를 개척의 대상이 아닌 ‘공존’하는 협력관계로 묘사하고 있고 바다와 운명을 같이하는 ‘어민이라는 존재’를 구룡포 어르신을 통해 회상하고 있다.
3개의 모니터를 통해 3인(선장, 중매인, 풍어제 음식을 준비했던 할머니)이 출연해 과거 1960년~1970년대 구룡포 어업의 전성기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제3전시장-송도초에서 찾은 재생프로젝트
제3전시장에 들어서면 포항 송도초등학교 5학년 1반 학생들이 나와 재생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해서 서슴없이 나누는 대화를 담고 있다.
이 재생프로젝트는 송도와 송도초등학교의 회복 프로젝트로 학생 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었지만 이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자연친화적이고 생태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다시 학생 수가 늘어가고 있다.
영상에서는 학생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맹꽁이를 찾아가는 여정 이른바 ‘맹꽁이 찾기 프로젝트’와 결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쉽게도 맹꽁이를 끝내 찾지 못했지만 학생들은 맹꽁이 울음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재연하는 등 행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투화민란 프로젝트’, ‘안전운동회’의 이야기를 9분 40초 남짓한 영상에 담아냈다.
앞서 철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통해 다시금 포항은 새롭게 탄생하고 포스코라는 전지구적 대기업으로 돌아오는 것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기업을 거대한 스케일로만 조명하지 않았다.
(대)기업은 근대 인간사회 생태 축의 하나로 봤고 그 뿌리에서부터 생태 시스템의 양태를 갖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포스코 제강부와 스틸제강부의 두 명장이 출연한 전시영상에서 철과 철공업 부산물 그리고 각종 합금철이라는 ‘물질’의 차원에서 조명함으로써 마치 근대 산업 생태계라는 것이 오랜 전 지구의 대지활동 생태계의 ‘생산 시스템’과 조우하는 지점을 생각할 수 있었다.
즉 산업의 주체는 사람이 아닌 ‘물질’이라고 봤고 물질은 기술을 통해 발현된다는 것이다.
포항은 문화도시, 재생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고 조화와 융합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순환의 자기생산 도시, 오토포이에틱 시티를 꿈꾸고 있다.
필자는 이번 주 문화도시로 재탄생을 꿈꾸는 포항의 꿈을 어린 자녀들과 함께 꿈꾸기 위해 동빈동에 위치한 구. 수협냉동창고 복합문화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내년 1월 31일까지 전시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