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워크아웃설… 건설업 위기 우려 확산

태영건설·코오롱글로벌 등 기업…‘부동산 PF발’ 위기 현실화 걱정…일부 건설사들, 재무부담 가능성

2023-12-17     황지혜 기자
▲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 ⓒ태영건설

시공능력 16위의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유동성 악화설에 휩싸이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건설업계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PF는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빌리는 것을 뜻한다. 사업성을 보고 대출해주는 구조상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시행사의 PF에 대해 시공사가 사실상 연대 보증인 신용보강을 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없으나 불황 국면에서 시행사가 부도가 날 경우 PF 대출을 보증한 시공사가 채무를 떠안게 되는데, 이를 '부동산 PF 우발채무'라고 한다. 현재는 빚이 아니지만 앞으로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채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PF 규모는 저금리 및 개발 수요 등으로 최근 급증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134조3천억원이다. 부동산 PF 규모는 2020년 말 92조5천억원이었으나 2021년 말 112조9천억원 등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2.42%로 올라간 상태다.

건설사들의 PF 보증 규모도 상당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자체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 보증이 존재하는 16개사의 PF 보증액은 총 28조3천억원이다.

이들 기업의 합산 PF 보증은 2017∼2018년 14조8천억원, 2019년 15조6천억원, 2020년 16조1천억원, 2021년 21조9천억원, 2022년 26조1천억원으로 2020년 이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태영건설이 지난 9월 '유동성 위기' 소문에 이어 최근 '워크아웃설'에 휩싸인 배경도 부동산 PF 우발채무 때문이다.

태영건설의 위기 상황은 고령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일선에 복귀하고 그룹 내 물류사업 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에서도 확인된다.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등도 PF 우발채무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월 말 롯데건설의 시행사에 대한 PF 우발채무를 4조9천7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자기자본에 대비해 과도한 수준"이라면서 "전체 PF보증 사업장 중 미착공 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은 분양경기 침체 국면의 높은 불확실성 상황 하에서 재무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앞서 롯데건설은 둔촌 주공 조합이 PF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 차환에 실패하고 PF 리스크가 커지자 지난해 10월 자금난 해소를 위해 운영자금 목적으로 2천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롯데케미칼로부터 5천억원을 차입하는 등의 대응 조치를 한 바 있다.

코오롱글로벌도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같은 보고서에서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천121억원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천377억원에 불과해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어도 재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기업도 다수다.

특히 고금리 속 주택매수 심리가 하락 전환하면서 분양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의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 중인 아파트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들은 행정처분 수준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5일 '건설:점증하는 PF·유동성 리스크, 재무적 대응력이 필요한 시점' 보고서에서 태영건설, 롯데건설과 함께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신세계건설 등을 모니터링 요소가 있는 업체로 손꼽았다.

건설업계의 PF 관련 리스크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다만 공통적으로 대형 건설사보다 중소형 건설사들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며 금융환경이 악화한다면 대형 건설사로도 위험이 번질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