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구미 병원 화재 불길 속 나는 비겁했다

2023-11-19     영남경제

이런 글들은 쑥스러워서 잘 못쓰는데 용기를 내어 적어봅니다. 지난 18일 오전 8시 10분께 경북 구미시 원평동의 6층짜리 병원에서 불이 났습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불로 환자 등 대피자 90여명 중 14명이 연기흡입 등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고 합니다. 저는 퇴원을 불과 2시간 남겨둔 상태였습니다.

처음 화재 발생 시 화재경보기 테스트인 줄 알았는데, 삽시간에 불길이 5층 입원실 외부까지 치솟아 오르고 유독가스가 병동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저는 “불이야”라고 외치고 저보다 힘든 환자를 돌보며 비상계단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저는 이 병원에 3번째 입원을 하여 비상구 등 병원의 위치를 그나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기 분전함에서 ‘뻥~’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유독연기가 더욱 진하게 펴지는 것을 보며, 덜컥 겁이 더 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 18일 오전 8시 10분께 경북 구미시 원평동의 6층짜리 병원에서 불이 나 3시간 30여분 만에 꺼졌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 불로 입원 환자를 포함한 대피자 91명 가운데 38명이 연기흡입 등 경상을 입었다. 입원 환자들은 인근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연합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공포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얼른 겉옷과 입을 가릴 침대 시트를 들고 비상계단을 뛰어 내려갔습니다.

그때 환자를 돌보며 병원 복도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수간호사와 젊은 간호사들을 보면서 갈등을 했습니다. 살고자 하는 욕망과 나보다 힘든 환자와 약자를 도와야 되는건지...

저는 솔직히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나라도 살자'는 심정으로 화재현장을 피해 뛰어 내려갔습니다. 아직까지 아무런 인명피해가 없다는 소식에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정말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저의 딸보다 어린 간호사 선생님과 수간호사 선생님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의 희생정신 덕분으로 큰 사고가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잘못되었으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 뻔 했습니다,

정말 모든 신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화재 사고를 직접 목격하면서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또 그런 희생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습니다.

우리 국민들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소방관님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수고하신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의 희생정신도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