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방만 경영 도마 위… 공사비 백억대 예산 낭비
감사원 SOC실태 감사...‘방제비용’ 등 4건 적발...성능 미확인 내화자재...시공 안전불감증 만연
한국도로공사가 공사비 104억원 과다 책정해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는 의혹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의 주요 SOC(고속국도) 건설사업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가 공사비 104억원을 과다 책정했다며 해당 금액을 감액 요구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지적받은 예산 낭비 공사금액은 과다 계상되거나 잘못 지급된 소나무 재선충 방제 처리비용 72억원, 중복 계상된 터널 숏크리트용 부순모래 비용 13억원, 잘못 적용된 터널 발파암 소할 비용 12억원, 소음 영향 범위 조정에 따라 축소가 가능한 방음벽 물량에 대한 비용 7억원 등 총 104억원이다.
이번 감사는 여러 언론에서 고속국도 건설 중 사업계획의 변경으로 당초 목표했던 편익이 감소하거나 잦은 설계변경으로 사업비가 증가하는 등 예산 낭비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시작됐다.
이번 감사에서 국토교통부 및 한국도로공사를 대상으로 총 20건의 위법·부당사항이 확인돼 문책 1건(2명), 주의 4건(2명), 통보 6건, 현지조치 5건을 조치했다.
과다 계상되거나 잘못 지급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처리비용은 안성-구리 2공구에서 벌목비가 벌목공종과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공종 두 개의 공종에 중복 계상되는 등 8건의 건설공사에서 물량이 잘못됐거나 중복 계상됐다.
그런데도 도로공사는 과다계상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처리비용 64억원, 임목 폐기물 운반 및 파쇄비용으로 잘못 지급된 8억원 등 합계 72억원만큼 계약상대자에게 과다 지급할 우려가 있어 감사원에서 감액을 요구했다.
중복 계상된 터널 숏크리트용 부순모래 비용은 세종-안성 8·10공구의 터널공종과 포장공종에 숏크리트용 부순모래 물량이 3만5636㎥만큼 중복 계상돼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는 세종-안성 8·10공구의 부순모래 중복 계상된 공사비 설계내역서가 적정한 것으로 처리해 건설공사를 발주했다. 중복된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정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 적용된 터널 발파암 소할 비용은 안성-구리 1공구 등 6개 공구 내 터널공사에서 발생하는 암석은 우선적으로 해당 건설공사에 필요한 레미콘과 흙쌓기의 재료로 유용하도록 하고 남는 것은 매각하거나 사토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그런데도 도로공사는 안성-구리 4·5·7·9공구에서 발파암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용한 경우뿐만 아니라 매각하거나 사토하는 경우에도 소할 비용이 반영돼 공사비가 과대 계상한 금액으로 건설공사를 발주했다.
소음 영향 범위 조정에 따라 축소가 가능한 방음벽 물량에 대한 비용은 고속도로 노선에 연접해 있던 공동주택단지가 녹지로 변경되는 등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돼 공동주택단지가 고속도로로부터 30m에서 103m로 멀어지게 됐는데도 소음 영향 범위를 재검토해 방음벽 높이를 조정하지 않았다.
방음벽 높이를 재산정한 결과 방음벽 높이를 설계 보다 6~10m 낮춰도 소음이 기준치 보다 10% 감소하고 방음벽 높이가 축소된 만큼 아파트 저층의 시야도 개선되면서 공사비도 7억원 줄일 수 있다.
그 외에도 한국도로공사가 세종-구리 고속도로 터널공사에 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내화자재를 설치해 감사원은 철근코크리트 블록의 이음부에 불량을 지적하며 품질기준에 미달한 자재의 재시공 또는 품질보강을 요구했다.
특히 내화자재 문제는 지난해 12월 29일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자 5명을 포함해 총 47명의 인명피해가 일어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자재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내화재를 넣지 않은 설계안을 한국도로공사가 승인한 것은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시민단체 A씨는 “한국도로공사의 예산 낭비로 인한 방만 경영이 도를 넘어 도마 위에 올랐다”면서 “게다가 품질 미달 내화재를 승인하는 안전불감증까지 보여주고 있다니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