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그의 영혼이었다
박종규 저자의 장편소설 '굿바이 파리'
2023-03-09 이자현 기자
"나를 천재 예술가라 부르지 마라, 나는 북한 공작원이었다”
잊혀가는 역사 속 군부와 맞섰던 파리 유학생들의 행로를 추적한다.
잊혀가는 역사, 동백림사건 때 군부와 맞섰던 파리 유학생들의 행로는 어디였을까? 일제가 물러가면 민족이 한데 어울려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남쪽은 미군의 총을, 북쪽은 소련의 총을 들고 대리전쟁을 치렀다. 또 패전국 일본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남북으로 갈라져 이념 갈등을 벌이게 되었다. 그 시기에 우리 지성들이 겪은 삶의 폐허에서 소설 ‘굿바이 파리’는 출발한다.
‘나는 북한 공작원이었다’라는 표제로 주요 월간지들이 보도했던 천재 예술가의 행로를 그린 소설이다. 지금은 잊혀가는 동백림사건에서 무고한 파리 예술인, 교포를 석방하게 한 파리 유학생들이 있었다. 군부와 맞서야 했던 그들은 평양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소설은 파리 유학생들의 그 뒤 행적을 좇고 있다. 평양에 들어가 세뇌교육을 받고 그림자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유학생들은 철책 너머 ‘아이 어른’이 되어 소설적 허구의 그릇에 갈래 진 이념의 실체를 담아 나간다.
그들 중에는 북핵 개발에 참여했으나 의문의 죽임을 당한 학자도 있었다. 동경에서 서울로, 파리로, 동백림에서 평양으로,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에콰도르에서 미국으로, 캐나다 쾌백에서 다시 서울로! 그림자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예술가의 행로는 실화에 바탕을 둔 소설답게 역사적 사실의 현실감이 살아 있는 역사 추리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