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정월대보름, 월포해수욕장·형산강 둔치에서 달집태우고 액운(厄運)을 물리쳐요

2023-02-01     이정택
▲ 제8회 형산강 달집태우기 민속축제 행사장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모습. ⓒ포항시

전통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전통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포항시는 정월대보름을 맞이해 그 해답을 찾아보는 제안을 했다. 포항시는 오는 5일 월포해수욕장과 형산강 둔치에서 찾을 수 있도록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의 피해로 복구가 되지 않은 지역이 많아 이번 행사는 조용하면서도 알차게 진행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전통 세시풍속의 맥을 잇고 계묘년 새해에 가정의 화평과 만사형통을 기원하고자 마련됐다.

요즘 어린자녀들에게 정월대보름하면 떠오르는 세시풍속은 물어보면 선뜻 대답을 하는 자녀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정월대보름은 새해 첫 보름을 말하며 우리나라 명절 중 하나로 다양한 세시풍속이 전해져 오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세대라면 어릴 적 정월대보름에 논두렁에서 쥐불놀이 한번쯤은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 ‘내 더위사가라’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부럼 깨기, 오곡밥 해먹기, 지신밟기 등 다양했던 세시풍속이 시대가 흐르면서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포항시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는 우리 전통을 계승하고 체험할 수 있는 민속놀이를 통해 옛 기억을 회상시키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

태풍 힌남노의 피해 복구와 코로나19 확산 우려, 안전사고 예방의 이유 등으로 예정됐던 6개 지역행사의 일정이 취소돼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전통을 이어가고자 청하면과 연일읍에서는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 달집태우기. ⓒ포항시

이번 행사는 청하면은 월포해수욕장에서 ‘전통민속놀이 맥 잇기’라는 주제로 정월대보름인 5일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개회식에 앞서 다양한 민속놀이와 소원 성취문 쓰기, 기원제를 지내 가정의 화평과 안전을 기원한다. 개회식 이후에는 정월대보름의 백미인 ‘달집태우기’가 진행된다.

달집태우기는 지역마다 달리 불리는데 달집불, 달불놀이, 망우리불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진다. 달집태우기의 유래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다.

선조들은 기둥을 세우고 짚, 생솔가지 등의 땔감으로 덮은 것을 달집이라고 불렀고 달집 동쪽에 문을 내서 불을 지펴 한 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점치던 세시풍속인 것은 분명하다.

▲ 정월대보름 행사가 열리고 있다. ⓒ포항시

전형적인 농경문화에서 유래된 것임을 알 수 있고 농경문화는 산업화가 활발히 진행되기 전까지 중요하게 여겨졌고 지금도 우리의 삶에 있어서는 빼놓을 수 없는 문화임이 분명하다.

그럼 어떻게 선조들은 달집태우기로 농사의 풍흉을 점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달집에 붙은 불이 꺼지지 않고 잘 타면 풍년이라는 것일까? 이에 대한 질문의 정답은 ‘맞다’라는 것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선조들은 달집을 태워 고르게 잘 타오르면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될 것이라고 점쳤고 반대로 완전히 타지 않고 타던 도중에 꺼지게 되면 흉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또 쌓아올린 달집이 타면서 무너지기도 하는데 무너지는 방향에 있는 마을이 풍년이 들고 이웃마을의 달집보다 잘 타면 풍년이 든다고 점쳤다. 이웃마을의 달집과 비교한 것을 보면 전형적인 마을단위의 풍속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달집 속 땔감이 타면서 나는 소리에 마을의 악귀들이 달아나고 논에서 달집을 태우면 농사가 잘된다고 믿었다.

실제 논에서 논두렁을 태우는 행위는 겨우내 짚과 논두렁에 해충들이 숨어있는데 논두렁이 타면서 해충들을 박멸하는 효과가 있어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산불 등의 위험성으로 논두렁에서 이런 놀이를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미신(迷信)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있지만 정월대보름의 달을 상원(上元)이라고 한다.

▲ 달집태우기. ⓒ포항시

상원은 근본이 되고 으뜸인 새해 첫 보름달로 농경문화에서 우리 선조들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마을단위로 행해지던 풍속이자 관례였던 달집태우기가 농경중심에서 상공업중심으로 문화가 바뀌면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오늘날이다.

그럼에도 포항은 해마다 선조들의 지혜와 명맥을 잇고자 노력하고 있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달집태우기는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의 평안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던 풍속이다.

달집이 무너질 것 같으면 동구 밖으로 밀쳐내 마을의 액운을 물리치고 땔감이 타는 소리에 악귀가 달아난다고 여겼다. 또 달집이 무너지는 쪽에 있는 마을이 한 해 동안 평안하다고 믿기도 했다.

한편 유강IC 형산강 둔치에서도 정월대보름 행사가 진행된다. 이른바 ‘유강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라는 행사명으로 5일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개회식은 저녁 6시 20분부터 진행될 예정으로 식전 행사 2시간 동안 부럼 깨기와 소원지 작성, 떡국을 제공해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한다.

식전 공연으로 행사를 예열하고 개회식이 시작되면 안전기원제를 지내 시민들의 가정에 화평과 건강을 기원한다.

본격적으로 오후 7시부터는 달집태우기 행사를 진행하고 전통민속놀이인 강강술래와 지신밟기 공연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한편 이번 행사는 주최 측 추산 2천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지역청년회, 해병대전우회, 지역개발자문위원회 등이 안전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안전지도를 할 방침이다.

▲ 보름달이 뜬 하늘. ⓒ포항시

주최 측 관계자 A씨는 “안전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지역 자생단체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들도 많이 참여해 우리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어린 자녀들에게는 추억을 쌓고 우리 전통문화를 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청 관계자 B씨는 “예부터 이어져오던 우리 전통민속이 도심화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돼 전통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 아쉬웠다”며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 개최되는 이번 정월대보름 행사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시민 모두의 소망과 만사형통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포항시와 지역단체들이 준비한 이번 정월대보름 행사에 많은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즐김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전통이란 해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또 가정의 화목과 가족들의 건강 기원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