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옥동지구, 특정 주택건설사 대표 가족 ‘편법 증여’ 수단에 활용

경남 소재 K주택, 법인 대표 아내와 딸 명의로 토지 매입...땅 쪼개 팔고 수억원 시세차익... 친인척 추정 인물과 매매 정황...편법 증여 장소 활용 의혹 제기

2022-05-02     손주락 기자
ⓒ윤주희 기자

안동 옥동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울산의 기획부동산 투기 먹잇감으로 전락하면서 토지 가격을 턱없이 상승시킨 가운데 투기 대상 부동산이 특정 주택건설사의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옥동지구는 울산의 한 기획부동산인 T인베스트가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30명에 가까운 여러 외지인들을 투기에 동참하게 하는 등 투기 광풍을 불러 일으켜 토지 가격을 폭등시킨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남 거창의 K주택 대표의 아내와 딸이 옥동지구의 토지를 매입한 뒤 마찬가지 쪼개기로 매각하면서 권리 확보와 시세차익을 누린 것으로 확인됐다. K주택은 다시 이들의 토지를 사들이면서 편법 증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매각 과정에서 K주택의 이사가 개입해 대표 아내와 딸이 매입한 토지를 사들여 다시 K주택으로 매각해 가격을 상승시켰고 같은 거창지역의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매매도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다.

K주택 대표의 아내와 딸은 처음 8억원에 총 3필지를 매입했는데 이중 2필지는 면적이 너무 작아 시세차익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남은 1필지는 4번의 분필(토지 분할)로 5필지의 토지로 쪼개 매각해 수익을 극대화했다.

이들이 매입하기 이전 당초 1만6636㎡이었던 A필지는 2016년 10월 매입 후 2017년 3월 1천74㎡를 쪼개 B필지를 만들어 안동에 거주하는 조씨에게 5천800만원에 매각했다.

이후 같은 기간 중 1천㎡를 또 쪼개 C필지를 만들어 당시 K주택의 이사로 있는 허씨에게 5천400만원으로 매각했다. 허씨는 2019년 K주택에 C필지를 5천700만원에 매각하면서 K주택이 사실상 대표 아내와 딸의 토지를 매입해준 셈이 됐다.

또 같은 해 4월에는 3천178㎡를 쪼개 D필지를 만들어 아내와 딸이 계속해서 소유하고 있는 상태며 최종적으로 1만6636㎡에서 1만1384㎡로 줄어든 A필지는 K주택이 7억2150만원에 일괄 매입해줬다.

K주택은 이렇게 매입한 A필지를 또다시 1만1367㎡를 쪼개 E필지로 만들어 현재 옥속상록공원 특례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호반건설에 매각했는데 공공용지 협의 취득 방식으로 매각되는 바람에 얼마만큼의 차익을 남겼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종적으로 1만6636㎡이었던 A필지는 현재 17㎡로 쪼그라들었고 K주택 대표의 아내와 딸은 적어도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다 K주택이 호반건설에 매각한 차익까지 합하면 엄청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K주택이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K주택 대표의 아내와 딸이 소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면적을 매입한 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아내와 딸은 시세차익을 누리게 됐고 옥동지구를 편법 증여의 장소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K주택도 호반건설에 토지를 매각하면서 이익을 누린 것으로 확인되는 가운데 K주택 관계자들이 옥동지구 개발 계획조차도 수립되지 않았던 시점에 이 같은 매입을 한 행위는 사전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러한 매매 행위는 K주택 대표 역시 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 Y씨는 아내와 딸이 소유한 토지 외에도 9천917㎡에 이르는 토지를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21억원에 매입하고 본인이 대표로 있는 K주택에 매매 예약을 걸어둔 상태다.

3천306㎡에 이르는 또 다른 토지에도 대표 Y씨는 2017년 매입한 이후 2018년에 안동 거주자 박씨와 노씨에게 매각했다. 거창군에 주소를 두고 있는 이들이 옥동지구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미스터리한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옥동지구 대부분 토지가 울산의 기획부동산과 거창의 주택건설사의 투기판으로 전락하면서 지구 자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안동지역민들도 옥동지구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안동시 옥동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낙동강과 아우러져 옥동의 핫플레이스로 각광받는 옥동지구가 이처럼 투기판에 놀아나고 있었던 줄 몰랐다”며 “결국 옥동지구 아파트 입주민만 불어난 땅값을 덮어쓰는 피해자가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도시개발전문가 박모씨는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될 경우 아무런 이유 없이 땅값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일이 벌어진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폭탄 돌리기 현상이 벌어지면서 최후의 구매자가 덤터기를 쓰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손주락·김태진 기자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