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도로가 부르는 노래

정상태 포스텍 가속기연구소 공학박사

2021-08-02     영남경제
정상태 포스텍 가속기연구소 공학박사 ⓒ포스텍 가속기연구소

오랜만의 운전 나들이로 남포항 IC를 거쳐 울산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터널 속을 다소 천천히 주행하며 지날 때 도로의 마찰음이 내는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다소 느린 속도로 달리는 중이어서 정확하게는 음률을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마찰음으로 도로가 내는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내친김에 속도를 올려 노래 제목을 알고 싶었지만, 무슨 리듬을 가진 음악이 아닌 단순히 도로에 파놓은 홈 같아 그냥 달리던 대로 정속으로 주행해서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예전 경북 상주를 지나던 중부고속도로에서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릉.“ 동요 자전거가 연주되는 도로를 운전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도로공사에서는 교통사고를 줄이는 방편으로 여러 가지 연구에 몰두 중이다. 관련 기관과 상호 교류도 하고, 과제를 통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 중인데 그중 하나가 ’럼블 스트립 (Rumble Strip)‘ 이다. 좁은 길이라는 ’스트립‘과 소음이라는 ’럼블‘의 합성어다. 이것은 도로 바닥에 횡(橫) 방향으로 홈을 파 자동차 바퀴와 노면의 접촉력을 극대화, 그 마찰력을 소리로 바꾼 것이다. <쌍용자동차 공식 네이버 포스터>에 의하면 이는 운전자의 졸음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로에 적당한 간격의 홈을 파 놓은 것을 말한다. 졸음운전을 없애기 위한 긍정적인 좋은 점도 있지만, 그러나 원하지 않는 멜로디를 소음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본디 목적인 안전운행의 탐구와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해해 보자. 그리고 <소리>의 과학적 분석과 논리를 통해 도로가 주는 새로운 창의적인 즐거움으로 만나보자. 도로에 적당한 간격으로 홈을 파 놓으면 자동차 바퀴가 도로의 홈 위를 지날 때, 떨림이 발생한다. 이 떨림은 다시 소리의 형태로 변해서 우리 운전자에게 전달된다. 홈 사이의 간격이 넓으면 낮은 소리가 나고, 홈 사이의 간격이 좁게 되면 높은 소리가 난다. 그러므로 홈을 같은 간격으로 얼마나 길게 반복하여 놓느냐에 따라 그 음의 길이를 조절할 수가 있다. 홈의 간격에 따라 소리의 음역을 사람이 조절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세밀하게는 홈의 간격이 10.6㎝일 때 ‘도’의 음역을 가지고, 9.5㎝는 ‘레’, 그리고 8.4cm는 ‘미’ 소리가 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도로에 홈을 파고 적용해서 운전자가 멜로디를 들을 수 있게 한 곳이 ‘멜로디 도로’이다. 우리나라에는 청원-상주 고속도로에서 동요 ‘자전거’와, 서울 외곽 순환 도로 (판교 방면)에서 ‘비행기’, 그리고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 리조트 진입로 구간에서 ‘산바람 강바람’ 등의 동요 멜로디를 들을 수 있다. 사실 멜로디 도로라고 하지만 운전자들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이를 소음으로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실제 검증된 도로 교통안전과 관련된 효과적인 졸음운전 퇴치 수단 중 하나로 알려진다.

세계 최초로 2001년 이웃 나라 일본에서 소리 나는 멜로디 도로가 만들어졌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졌다. 일본은 도로의 높낮이를 달리한 요철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반면에, 우리는 음각인 홈(Groove)을 판 그루빙 활용 방식의 차이가 있다. 요철 방식은 도로가 마모될 수도 있고, 자동차에 무리가 갈 수 있지만, 그루빙은 소리의 진동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 대개 교통사고 다발 지역이나, 급경사 혹은 굽은 도로에 홈을 파는 작업으로 운전자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구간 당 5천만 원에서 9천만 원 정도의 설치비용도 만만치가 않고 또 주택 밀집 지역은 소음으로 민원의 발생 소지도 있다.

곡의 선정도 재미있는데, 고속도로에 이웃한 상주시가 자전거의 도시이기 때문에 동요 ‘자전거’를 선정했다. 그리고 서울 외곽순환도로는 인천 국제공항과 가까워서 ‘비행기’로 선곡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속 100km 정속주행으로 달려야 20초간의 전곡을 들을 수가 있으니,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운전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위해 구간 속도를 준수함으로써 도로의 사고율도 낮출 수가 있다고 한다. 실제 사례로 미국에서 멜로디 도로를 처음 도입한 이후 미국 내 교통사고 건수가 최대 35%까지 줄어들었다고 하니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멜로디 도로, 귀찮은 소음이 아닌 우리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고마운 길로 반갑게 맞아 주시면 좋을 것 같다.

한국도로공사는 안전운행을 위해 이용자에게 일관성 있게 교통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도모하고, 도로시설물을 만들고 보호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기울인다. 교통안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우리가 흔히 보는 <도로교통 표지판> 등의 수단으로 도로 이용자에게 주의, 규제, 지시 등 내용을 전달한다. 아울러 역시 안전시설물의 하나로서 멜로디 도로가 만들어진 취지를 이해하고 교통안전을 위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인식하면 어떨까?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아내가 기다리는 귀향을 하는 오딧세이가 만나는 바다의 유혹 <사이렌의 소리>처럼, 과속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안전운행으로 귀가하는 모두의 즐거운 노랫소리로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