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포항 영일만항 고질적 바가지 예선 요금 해소 되나…포항해수청 세칙 변경

포항항 운영세칙 변경으로 영일만항 되살아날 방안 마련 예선 척수 줄일 수 있는 이·접안 보조장비 활용 가능 예선사 협조 관건이지만 요금 인하 압박 요인 작용 포항해수청 “예선 요금 할인은 가능할 것으로 보여”

2020-11-15     손주락
ⓒ김창숙 기자

포항 영일만항에 입항하는 선사가 턱없이 높은 바가지 예인선 요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본지 7월 9일, 8월 27일자 1면 보도)가 커지자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포항항 운영세칙 변경을 통해 예선 요금 인하에 나섰다.

포항구항 송도부두에 임시로 지정한 정계지(예인선이 머무는 장소)를 폐쇄하는 방안 또는 이·접안 보조장비 설치 시 예선 감척(배의 수를 줄임) 등 다각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예선사를 종용해 예선 요금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항해수청의 세칙변경에 따른 예선 요금 조정 실효성은 예선사들이 얼마나 협조할지가 관건이지만 예선 요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예선사들에 대한 요금인하 압박 요인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포항항은 포스코가 있는 포항신항과 북구 흥해읍에 조성되고 있는 영일만항으로 크게 두개 항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영일만항에서 예선 요금 폭리 논란이 과거부터 꾸준히 빚어지고 있었다.

영일만항을 입출항하는 선박들은 예선 업체들이 영일만항과 13km나 떨어진 포항신항(포스코 부두)에서 출발하면서 장거리 구간에 대한 예선 요금을 산정하는 바람에 국내 다른 항보다 2~3배나 높은 예선 요금을 강요받고 있었다.

모 여객선사는 예선 요금이 너무 높아 영일만항 취항을 철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인 바가 있었던 만큼 영일만항의 비정상적 예선 요금은 포항항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포항해수청 차원에서 지난 11일 포항항 운영세칙을 변경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어 향후 포항항 발전에 어떤 파급 효과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접안 보조장비 설치 선박, ‘예선 감척으로 예선 요금 절감’
이번 세칙에서 이·접안 보조장비를 설치한 선박에 대한 예선사용 척수를 감척한다는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됐다. 이 같은 조항은 이미 상위법령 및 고시에서 적용하고 있으며 국내 모든 항에서 이 조항을 지키고 있다.

세칙 변경 이전 포항항은 이·접안 보조장비를 설치한 선박일지라도 항내 스웰(너울설 파도) 현상이 심해 예선을 감척해주지 않은 사례가 빈번했다. 다만 이번 세칙 변경으로 향후 예선 감척은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선 감척은 이·접안 보조장비가 설치된 선박에 한해 도선사가 선장과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이 보조장비로 예선 감척이 시행될 경우 해운사 입장에서는 예선 요금 절감에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된다.

10만톤급 선박의 경우 예선은 4천마력급 2척, 5천마력급 1척, 6천마력급은 1척이 필요한데 협의에 의해 4천마력급 1척이 감척되면 시간당 99만7880원이 절감된다. 입출항 시 2시간이 소요될 경우 2척이 감척되면 400만원 가량을 절감하는 셈이다.

이를 영일만항에 대입할 경우 더 큰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현재 영일만항에는 정계지가 없어 원래 입출항에 필요한 시간이 2.5시간인 반면 포항신항에서 예선이 출발함으로 인해 6.5시간이나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척을 감척하더라도 6.5시간 분량의 예선이 감척됨으로 더 많은 예선 요금이 절감될 수 있다. 모 해운사 관계자는 “세칙이 변경된 만큼 적극적으로 도선사와 협의해 예선을 감척시켜 운영비 절감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일만항 정계지 이동은 어려워…할인은 가능할 듯
포항해수청은 세칙을 변경하면서 구항 송도부두 5번 선석에 지정된 예선 임시 정계지를 취소할 계획이었지만 이 안건은 예선사의 반발로 무산됐다.

세칙 상 영일만항 전원공급장치 설치 완료 시 구항 송도부두 임시대기 장소를 종료하겠다는 안건이 이번에는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이는 곧 송도구항에 있던 3척의 정계지를 영일만항으로 이동하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예선사들은 언론에서 ‘바가지 예선’ 문제를 지적할 때도 정계지는 이동시킬 수 없음을 고집했다. 상대적으로 입출항 선박이 적은 영일만항에 정계지를 둘 경우 예선 활용도가 떨어져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예선사의 반대로 정계지를 직접적으로 이동시키는 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대안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영일만항 입출항 선박에 대한 시간 제한 또는 할인이다. 현재 영일만항 입출항 선박의 경우 실 사용시간인 2.5시간의 예선 요금을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데 현재는 6.5시간만큼을 납부하고 있어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이를 중간 정도 기준인 3.5~4.5시간으로 한정한다면 자연스럽게 예선 요금이 인하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는 기존 이용대로 6.5시간으로 하되 30~50%를 할인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해운 전문가 A씨는 “이번 변경 세칙에 보면 포항해양수산청이 구항 송도부두가 임시대기 장소인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며 “이를 종료한다는 의미는 기존 송도항 정계지를 취소할 권한이 해수청에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포항해양수산청이 전원공급장치까지 영일만항에 설치하면 정계지를 옮길만한 명분까지 갖추게 된다”며 “일단은 예선사들이 반대를 했지만 이와 상응하는 대안을 내놓지 않기에는 곤란한 입장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예선사들이 합당한 대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내년 3월 중 포항신항에 관리부두가 마련될 때 포항해양수산청이 송도부두의 정계지를 종료시키면서 신항에 정계지를 따로 마련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포항해수청 관계자는 “올해 중에 포항항 상황에 맞는 세칙이 또 변경될 것”이라며 “주안점은 영일만항을 이용하는 해운사를 배려하는 것이고 상생과 공존 속에서 포항항의 경쟁력 제고를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칙 변경에서 기존 항만물류과장이 예선운영협의회에 위원에 포함된 것과 실무위원에 운영계장이 포함된 것을 해양수산청의 중립성과 객관적인 행정집행을 위해 제외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