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와 주민의견 대부분 반영하지 않고 일방통행
교통량 분산대책은 없고 단지 내 교통문제만 심의
포항시와 주민의견 대부분 반영하지 않고 일방통행
심의 과정 논란 심의의원 44명 가운데 7명이 참석

ⓒ김창숙 기자

경북도가 대단위 아파트 건립 예정지역인 학잠지구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를 졸속으로 심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북도는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 양학온천과 양학시장 일대에 1천476세대에 달하는 아파트 건립에 따른 교통영향평가를 최근 실시했다.

경북도는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재의 심각한 교통난 해소 등 교통 대책을 요구하는 포항시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조건부 승인을 내줘 포항시와 지역 주민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일방통행식 교통영향평가심의 과정도 논란거리다. 포항시 관련부서 의견수렴 일정을 통상적 기일보다 촉박하게 요구하는가 하면 교통영향평가심의에 참석한 포항시 공동주택과 담당자에게 발언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시는 이날 심의 가운데 아파트 1천476세대가 건립될 경우 심각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 상황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내용을 지적하고 현실적인 교통 대책 요청할 방침이었지만 심의 과정에 충분한 의견을 개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통량 분산 대책 없는 교통영향평가
문제의 학잠지구 아파트 건립 계획은 지하 4층 지상 43층 규모의 1천476세대다. 공동주택 10개동을 비롯해 테라하우스 5개동도 건립된다.

아파트 건립에 따른 주차수요는 2천500여대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사업시행자 측은 모두 2천118면의 주차대수를 계획하고 있다.

주차대수가 이 같이 적은 이유는 아파트 대지 면적이 6만905㎡에 불과한데 아파트 건립세대가 1천476세대나 계획해 용적률이 299.46%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일대는 아파트 10개 단지에 4천500여세대가 밀집해 있어 출·퇴근시는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포항시내 대표적 교통난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2천여대가 넘는 차량이 합류할 경우 교통지옥은 불 보듯 뻔하다며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북도 교통영향평가의 졸속심의 비판 배경은 이 같이 교통체증이 심각한 상태에서 아파트 건립에 따른 교통문제를 분산시키는 심의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북도 교통영향평가심의 내용을 보면 아파트 건립 예정지역 주변 양학대로를 종전 19m에서 23.5m로 넓히고 양학시장 입구 진·출입 지역을 확장했다. 보성아파트 출입도를 변경하는 등 단지 내 교통문제 해소에 중점을 뒀다.

양학시장 건너편에 공용주차장 70여 대를 지하에 설치하는 주차 대책이 마련되긴 했지만 대단위 아파트 건설에 따른 교통체증의 해결 방안이나 교통량을 외부로 분산시키기 위한 교통문제에 대한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심의위원 가운데는 양학로 전체에 대한 교통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제시했지만 사업자 부담을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학잠지구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는 아파트 건립예정 단지에 국한하여 실시했으며, 교통량을 분산하는 도시계획도로 확보문제 등은 포항시가 해결해야한다”고 밝혔다.

교통 관련 전문가들은 “교통영향평가는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본질인데 본질은 뒤로하고 단지 내 도로만 심의하는 것 자체가 졸속”이라며 “이름에 맞게 교통영향을 평가해야지 단지 내 주차 문제나 평가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포항시 의견과 주민의견 수렴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학잠지구 아파트 건립지역 일대는 평소에도 5천여대의 차량이 몰리면서 포항지역 대표적 교통난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1천400세대 아파트가 건립되고, 현재 신규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는 1천500세대와 기존의 4천500세대 등의 아파트를 포함하면 모두 8천400세대의 아파트 밀집지역이 된다. 교통량도 현재 5천대에서 두 배 이상으로 폭증하게 된다.

포항시 도로시설과는 교통량 분산을 위해서는 양학국민체육공원~흥해 대련 간 도시계획도로(중1-55)와 접속하는 구간을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할 것과 소3-301호를 4차선으로 개설할 것으로 요구했지만 5차선 확장에 그쳤다. 단지 내부도로(진출입1·2) 3차선 확장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재협의를 요청했으며, 포항시 공동주택과는 “이 일대는 기존 4천500세대는 물론 신규로 학잠 재개발(629세대)을 비롯해 득량주공재건축(547세대), 득량지구도시개발사업(547세대) 등 모두 1천500세대가 건립될 예정으로 양학시장 등 주차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고 교통 대책을 요청했다.

양학동사무소의 의견은 심각성을 더 해주고 있다. 현재의 고질적 교통난 해소를 위해서는 양학시장 인근에 대규모 공영주자장 설치까지 필요한 상황이며 추가적인 병목현상, 교통 혼잡, 주차난을 해소를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했다.

◇ 교통영향평가 과정과 심의위원 참여 인원도 논란
이날 참석한 심의위원은 위촉한 심의위원 11명 가운데 7명만이 참석했다. 당연직 공무원 1명을 제외하면 민간인 전문가 6명만 참석한 셈이다. 당연직인 경북도 교통정책과장은 다른 일정으로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경북도 교평위원은 모두 44명이다. 이 가운데 11명이 학잠지구 교평위원에 위촉됐지만 4명은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제대로 심의가 이뤄졌는지,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포항시에 대한 관련 부서의견 수렴과정도 논란이다. 경북도는 학잠지구 교평에 대해 포항시 의견을 요청했는데 불과 일주일 정도였다.

포항시 관계자는 “심도 있는 의견수렴을 위해서는 적어도 15일 이상이 일정이 필요한데 경북도가 촉박하게 일정을 잡은 측면이 강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백남도·손주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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