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친구 몇몇이 주말 오후에 만나 물냉면 한그릇 씩하고 찾아 간 곳은 영일만항 인근 한 커피숍이다. 한 친구가 그곳에 직장이 있어서 자주 들리는 조그만 가게다. 이곳은 영일만항 북측 방파제가 있고 서핑장이 있는 곳으로 창밖으로 서핑장비차림의 남녀들이 보인다.

이 서핑장은 포항시민들은 그리 대수롭게 생각할지 몰라도 서핑하는 이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으로 국내에서는 랭킹 몇째 안에 드는 곳이며, 일본발간 서핑전문지에도 아시아 10위권에 든다는 기사가 실린 바 있다.

지난 겨울에도 이곳을 몇 차례 찾은 바 있지만, 지금은 여름이라서 더욱 많은 이들로 붐비는 것 같다. 별다른 계획된 시설들이 없는 탓인지, 사람들은 모두들 길가에 차들을 세우고 플라스틱 방풍 벽 틈새를 통해 바다로 나간다.

백사장에는 서핑교육팀들이 여럿 있고 바다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이 서핑장은 분명 차별화된 자산이 많지 않은 포항의 브랜드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된다.

지자체나 신문사 등의 주최로 전국서핑대회를 철 따라 개최함도 매우 좋을 것으로 보인다. 길가에 세워놓은 차들에 가려 커피숍에서는 바다가 잘 보이지 않음은 유감인데, 그래도 친구들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이 좀 더 알려지고 쾌적한 서핑해변이 되려면, 해변이 좀 더 정리되고, 주변에 관련 시설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들어서고, 서핑객들의 안전을 위해 해변도로의 차량들이 좀 더 서행해야 하고, 주차시설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이곳에서부터 칠포에 이르는 긴 해변이 잘 정리된 서핑 중심의 해변이 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양덕동에서부터 직선으로 뻗어온 ‘해안로’가 해변과 직각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해변가에 꽤 넓은 대지면적이 남겨져 있는데, 이곳을 행사용 광장으로 조성해도 좋을 것 같다.

산업단지가 너무 가까이 지정돼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조정해가며 해변시설들을 배치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좀 가면 아직도 많이 남은 곰솔군락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전할지도 큰 숙제다.

영일만항 옆 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대규모 철제블록들을 본 바도 있지만, 이곳 산업단지에서 생산되는 이 철제블록들은 바지선으로 울산 등으로 보내져 큰 배를 만드는데 쓰인다.

그 거대한 외부 및 내부가 철로 이루어졌는데, 그 내부 시설들이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 배를 조립용접하는 곳에서 그대로 가져다가 맞추어 완성한다는데, 그 기술력이 세계1위라고 한다.

해변과 좀 안 어울리는 듯 하기도 하지만, 이왕 서핑해변 배후단지에 존재하는 이러한 산업시설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좀 더 해변과 근접해 있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하이텍시설로서 다른 해변시설과 큰 문제없이 잘 어울릴 수 있다고 본다. 해변에 R&D 및 비지니스센터가 테마 및 휴양시설과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국내외에 적지 않으니까.

이곳에서 낚시하는 분들도 많은데, 외부 방파제까지 손님들을 날라주는 작은 낚싯배들이 있다. 몇 년 전 지진으로 갈라진 항만시설을 보수하는 바지선도 보이는데, 새로 공사한 지역의 바닷물이 좀 변색·오염돼 있다.

공사에 쓴 매립재 내지 충진재에서 오염물질이 침투한 듯해서 안타까움이 컸다. 낚시객들을 위해서도 생태계보전을 위해서도 해수의 오염이 방지돼야 할 것이고, 방파제의 쓰레기들도 잘 정리돼야 할 것이다.

영일만항은 포항시만이 아니라 경상북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대구경북권의 유일의 국제컨테이너항만이다. 포항시와 경북도는 이 영일만항의 활성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곳에서 수출입을 통한 물류수송이 원활해져야 할 것이므로, 이를 위한 국내의 수출화물 및 수입화물의 본 항만 선적·하역을 위한 선사유치와 항만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객부두도 완공이 되고 곧 국제여객터미널 시설도 완성될 것이므로 크루즈유치를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항만 서비스가 좋아야 할 것이며 화객선 선원들 및 크루즈 여객들을 위한 시설들이 배후단지와 포항시 도심과 부도심에 준비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 영일만항 인입 철도 및 고속화도로가 건설돼 있으므로 이제 필요한 것은 예인선비용 및 청수공급비용 등 경비의 저렴화다. 영일만항의 이러한 비용이 비싼 편이라고 하는데, 다른 인근 항만들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이러한 비용의 할인 내지 지자체의 지원도 항만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페리나 크루즈 같은 여객선들은 청수를 포함한 용수공급이 크게 필요하기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지진과 코로나사태로 지역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각 도시의 민관산학연의 협력된 노력이라고 본다.

어려운 여건이더라도 비탄에 빠져서는 아니 될 것이며 중장기적인 계획 하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유치, 인구증가, 도시브랜드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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