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진 아니라 인재”…포항 몰려간 갭투자 원정대

포항 지역 갭 투자자 대부분은 수도권, 세종시 대전 등에서 투자를 경험한 이른바 ‘갭투자 원정대’로 알려졌다.

“(갭투자)꾼들은 지난해부터 들어와 이미 다 투자해 놓았다”, “최근에 수도권에서 버스가 내려와 미분양 물량 털어 갔다” 부동산 중계업소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 유튜브 등을 활용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공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포항지역 갭투자는 지진 리스크가 해소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시작됐다.

갭투자 원정대의 공략대상은 대잠자이파트, 장성 푸르지오, 두호 SK뷰 푸르지오 등 신규 아파트에 집중됐다. 실수요자가 기피하는 미분양 물량까지 쓸어갔다. 지난 피해에 따른 포항지역 아파트가 저평가됐다는 점과 3년여 동안 신규아파트 분양물량이 없었다는 점이 투자이유다.

6.17 대책 발표 이후에도 투자 문의가 꾸준하다. 대책 발표 이틀 뒤인 지난 19일 오후 방문한 포항시내 공인중개업소에서는 법인 주택담보 대출이 막히기 전 계약날짜를 앞당기자는 문의가 이어졌다.

포항 남구 한 공인중개업자 D씨는 “법인들은 세금을 내도 포항 집값이 더 오른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사 놓으면 2~3년 내에 포항 시민들의 매수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 투자자 중에서는 이번에 주택담보대출이 막혀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며 “포항 집값이 아직까지 저평가 돼 있기 때문에 개인들도 지속해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항은 2017년 11월 지진 발생 이후 ‘미분양·건설사의 무덤’이었다. 지진으로 집값이 폭락했고 오랜 기간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겪었다. 외지 투자자는 물론이고 시민조차 외면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부터 포항 집값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외지 투자자가 들어와 아파트 가격 상승에 불을 부쳤다. 쌓였던 미분양 물량도 해소됐다. 일부 실수요자도 매수에 동참하며 아파트 가격이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집값이 급등했던 수도권·충북 청주·대전·세종시 등 규제지역 부동산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6월 포항 북구는 전월대비 0.52% 상승했다. 같은 기간 포항 남구와 포항시 전체는 각각 0.25% 0.43% 올랐다. 포항의 집값 상승률은 규제지역을 제외한 시·군·구 가운데 창원시 의창구 다음으로 높다.

포항 북구지역은 아파트 가격 변동율은 수년동안 하락율을 보이다가 올들어 3월 0.23% 상승을 시작으로 6월중 0.52%를 기록했다.

◇수도권 풍선효과 조짐…지진 자연지진 아닌 인재
포항아파트에 대한 외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부터다. 당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2018년 발생한 지진이 지열발전소 관리부실로 발생한 '인재'라고 결론을 냈는데, 이 소식이 불쏘시개가 됐다.

포항시 남구 한 공인중개사 대표 A씨는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포항에 관심이 있었지만 지진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투자를 꺼려왔다”며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재라는 결과가 나오자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연 지진’ 리스크가 해소되자 외지 투자자는 본격적으로 포항에 뛰어들었다. 한국감정원 월별 매입자거주지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포항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 거래건수는 531건이다. 전체 거래 1223건 가운데 43%다. 이 가운데 수도권 등 거래건수는285건에 달했다. 지난해 4월 105건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외지인 아파트 거래 내역을 보면 올들어 3월 914건 가운데 47%인 433건, 4월 1107건 가운데 46%인 515건 등으로 나타났으며,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10월 640건이후 외지인 거래비중이 40중반을 유지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포항시 남구 한 공인중개사 대표 B씨는 “세중시 등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부산, 대구, 울산, 대전 등 전국에서 선진입하는 투자자들이 내려와서 이미 투자해 놓았다”고 말했다.

◇과열 투기 내집마련 실소유자 부담 아파트 시장 왜곡
외지투기꾼의 포항지역 과열투자는 지역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신규 아파트 입주를 희망하는 포항 시민들에겐 단기간 아파트 가격 급등이 부담이다. 포항자이를 비롯해 북구 장성동 푸르지오 등 신축 아파트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실수요자의 매수 문의가 최근 많지만 호가가 계속 뛰어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이들 갭투자로 인해 포항지역이 정부 규제의 대상으로 지목 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항 북구 공인중개사 대표 M씨는 “대부분 아파트가 아직도 지진 이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정부에서 투기수요 잡겠다고 규제지역으로 선정해버리면 어렵게 회복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를 때마다 지역을 선정해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풍선효과를 잡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뒷북대응으로는 비규제지역으로 투자자가 몰리는 풍선효과는 쉽게 잡지 못할 것”이라며 “일괄적으로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내집 마련을 꿈꾸는 실소유자들이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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