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항항 정계지 지정 포항예선조합 반대로 매번 무산

영일만항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예선조합과 선사가 상생하는 방안 마련해야
부당한 예선 요금 구조로 예선업체 막대한 수익 챙겨


포항 영일만항에 정계지를 사용할 만한 역무선 부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항신항만을 정계지로 고집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를 두고 포항예선협동조합이 고가의 예선 요금을 받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계지 지정 문제를 두고 정계지를 지정 권한이 있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과 경북도는 과거에 영일만항을 정계지로 지정할 수 있는가를 두고 수차례 협의를 진행하긴 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이 같은 불발의 배경에는 예선협동조합의 반대가 상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사들의 의견에 따르면 당시 예선조합은 부두 높이 문제, 전기 설비 문제 등을 내세워 영일만항에 정계지를 지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사들은 조합이 문제 삼은 부두 높이는 사실상 요건을 충족해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없었고 육상전원공급설비 역시 설치비용이 고액은 아니어서 이를 문제 삼기에는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예선조합 측은 영일만항에 정계지를 지정할 수 없었던 배경에는 영일만항의 시장성을 이유로 들었다. 영일만항을 출입항하는 선박의 척수가 예선 사업을 원활히 할 만큼의 분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선조합은 영일만항을 이용하는 선박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계지를 지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선사들은 정계지도 없는 항에 비싼 예선 요금을 내면서까지 활용해야 하느냐는 입장이 대립해 악순환만 반복되는 실정이다.

예선업체 측의 수익을 맞춰주기 위한다는 이유로 현재 예선 정계지 구조를 바꾸지 않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강하다. 포항예선조합을 지배하고 있는 동신해운만 보더라도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6.9%에 달하는 높은 수익을 올렸다.

매출 117억5천523만원, 영업이익은 31억5천629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가운데 101억9천256만원이 예선수익이다. 영일만항을 정계지로 두더라도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예선조합 측은 영일만항의 입항실적을 정계지 지정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입항실적만 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영일만항을 이용한 컨테이너선은 총 115척이다. 포항신항을 이용한 화물선 2천354척과 비교하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5월만 보면 컨테이너선은 15척밖에 들어오지 않아 1주에 3~4척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5월 34척(1주 8~9척)이 들어온 것과 비교해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은 포항신항도 마찬가지다. 올해 5월 신항에 입항한 선박은 모두 465척(외항선 211척, 내항선 254척)으로 지난해 5월 입항한 선박 525척(외항선 208척, 내항선 317척)과 비교하면 60척이나 낮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즉 예선 상황은 지난해와 동일한 반면 입항 선박은 지난해보다 올해 5월 기준 79척이나 줄어들었기 때문에 예선의 수요 역시 전체적으로 줄어들었으므로 현 시점이 예선 활용 및 정계지 지정 방안을 마련할 적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항만전문가들은 경북도와 포항시가 관련 조례를 다시 검토해 영일만항을 정계지로 한 예선사에 지원금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대안을 마련해 영일만항의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현재도 포항영일만항 활성화 지원 조례를 통해 화주와 국제물류주선업자, 해상화물운송업자에게 항로연장지원금, 운항손실금, 신규항로 개설 장려금, 이용장려금 등을 포함한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하고는 있다.

특히 해상화물운송사업자의 경우 특화항로를 개설해 포항시장과 정기항로 개설 운항 협약을 체결한 선사에게는 유류비와 용선료 등을 지원하고 연간 운항손실액의 50%,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 방식에 전문가들은 지금이 경북도와 포항시 차원에서 변화를 줄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정계지가 포항신항일 경우 1만톤급 외항선 기준 1회 입출항 예선사용료는 870만원인데 영일만항에서는 310만원의 요금만 지불하면 된다.

즉 조례를 개정해 예선조합이 정계지가 이동됨에 따라 발생하는 운영손실금만 보전해준다고 하면 선사는 1회 입출항시 550만원이 넘는 예선료를 아낄 수 있고 예선료가 인하함에 따라 영일만항의 경쟁력 역시 제고될 여건이 마련된다.

항만전문가 A씨는 “같은 예산이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지차이”라며 “단순히 예산 퍼주기 식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 영일만항이 살아날 수 있는지를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예선조합에서도 영일만항을 이용하는 선박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창기에는 예선료를 할인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영일만항을 이용하는 선박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결과”라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영일만항의 시장성 부족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정계지 문제로 영일만항을 이용하는 선박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관계기관들이 모여 새롭게 방안을 도출할 때가 된 것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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