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한 대학동문이 한동안 베트남에 사업차 머문 바 있는데, 1년 전 귀국했기에 요즈음 자주 만나 이런저런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 동문은 대학을 서울에서 다녔고, 고향으로 돌아와 한 전문직 일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 지역의 한 대학에 자리 잡은 지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타향인 이곳이 고향이 되어버린 사람이라서, 이곳 사람들과 지역의 역사, 문화, 전설 등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그리고 사사로운 일상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며칠 전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업을 하다가 요즈음 코로나사태로 한국에 머물며 비즈니스컨설팅 및 대학생 벤처동아리 지도 등에 시간을 쏟고 있는 한 젊은 동문이 방문하여, 셋이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포항의 몇몇 장소들을 둘러보았다.

양덕동에서 출발해 죽천리에서 포항의 자랑인 ‘물회’를 한 그릇씩 점심으로 하고, 바닷가 길을 따라 영일만항을 지나고, 방파제 옆 서핑장소를 지나고, 칠포해수욕장, 칠포2리, 1리, 우목리를 거쳐 월포해수욕장까지 갔다. 이 동문도 부산출신이니 바닷가를 모를 리 없지만, ‘부산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라며 매우 즐거워했었다.

이 아름다운 바닷가가 어찌 여름한철 반짝할 뿐인지 묻는다. 아무래도 포항이 수도권 및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고 요즈음 크게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불편한 접근성 때문이라고 이구동성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같은 핑계만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서울에서 KTX가 2.5시간 걸리며, 대구에서 30~40분 거리로 좁혀져 있는데, 문제는 이 해변을 관광객들을 유치할만한 차별화되고 브랜드화된 장소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해변이라 하더라도 무언가를 더 해주어야 활성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전국이 코로나 사태로 움츠려져서 그렇지 여름철 이맘때면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7번 국도’가 메어진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그것도 대부분 포항을 지나쳐 북으로 향한다.

그러니 큰 규모의 호텔은 유치가 안 되고 대부분 민박과 횟집 정도가 여름철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곳 관광객들은 대부분 민박 내지 텐트를 이용할 하루 이틀 머물 젊은 층들이라고 보면 된다. 제대로 된 호텔이나 풀빌라가 보이기도 하는데, 흔치는 않다.

월포에서 차를 내륙으로 돌려 월포사거리를 지나 청하중심지로 접어들었다. 소도시의 냄새가 물씬 나는 지역으로 도심에서 얼마 안가 한 수목원에 닿는다. 그날 드라이브의 목적이 그곳 방문이기도 한만큼, 조금씩 비가 내리는 가운데, 수목원을 둘러보았다.

갖가지 수국꽃이 만발한 가운데, 다양한 수목들을 관찰하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필자와 해외동문을 초빙한 그 동문은 자주 방문한 탓인지 그곳의 꽃과 나무들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역시 포항에서 혼자 방문한 여성분이 있어서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그분은 그 동문을 이곳 수목원의 부원장님 정도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동문이시기도 한 수목원 원장님과 원두막 가운데 모닥불을 피우고 찻물을 끊여 두어 잔씩 마시며 은은한 향기와 맛을 음미하면서 잠시 대화의 시간을 가졌었고, 다시 양덕동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방대한 수목원을 개인이 가꾸고 운영하는데, 이 지역을 브랜드 할 만한 가치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찾는 이가 많지 않으니 운영에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며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포항을 브랜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지, 오늘 돌아본 지역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영일만항의 활성화, 지역해변과 수목원을 중심으로한 지역자산의 브랜드화 및 관광객유치 등이 될 것이다.

영일만항 활성화를 위해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늘 언급하고 싶은 것은 영일만항을 모항으로 한 1만2천톤급 페리 운용에 관한 포항시의 결정이다. 최근에 관련 인사에게서 자세한 내용을 듣기도 했지만, 아주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이 페리는 올 7월부터 포항과 러시아 및 일본의 항만들을 연결하며 승객, 컨테이너, 자동차, 중장비 등을 수송할 것이다. 이를 유치하고자 사방팔방 애쓰던 분은 필자와도 자주 만나 관련 논의를 하던 농업인이자 해양물류전문인이다.

이를 바탕으로 영일만항의 물류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고 크루즈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므로 포항시로서는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날 셋이서 많은 지역 명소 살리기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중 하나가 지역명소에 좀 더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학생과 일반인 체험프로그램 및 예술 관련 행사들을 도입함도 중요할 것이고, 주변에 브랜드 할 만한 카페 내지 간단한 식사 겸용 레스토랑을 차려 크게 홍보하며 겸사겸사 들리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학생들에게 수업 중 공동과제로 이러한 명소의 활성화 방안을 제안해보게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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