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올해 은행서 19조 더 빌렸다…증가속도 작년의 2배

당국, 예대율 규제 풀어주며 기업 대출 유도
코로나19 더 장기화한다면 건전성 악화 우려







올해 들어 개인사업자들이 주요 은행에서 빌린 자금 규모가 19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계에 다다른 사업자들이 은행 빚을 늘리고 있다.

국내 5대 주요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이달 17일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74조1천140억원이다.

이는 5월 말보다 2조7천520억원 늘어난 규모다.

주요 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들어 17일까지 3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올해 3∼5월에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1월과 2월에는 전월 말 대비 증가 폭이 2조∼3조원대였지만 3월에는 약 5조4천억원, 4월에는 8조4천억원, 5월에는 7조4천억원 각각 전달보다 증가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에게 준 대출만 분리해 보면 이달 17일 잔액은 256조5천259억원이었다.

올해 들어 증가 폭은 19조1천199억원에 달한다. 5월 말부터 이달 17일까지 3주가 안 되는 기간에 5조원이 넘게 늘어났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2018년 12월 말에서 작년 6월 말 사이에 7조7천억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올해 비슷한 기간에 증가 폭이 2배를 넘어섰다.

대기업 대출도 올해 빠르게 늘어났다.

17일 기준 주요 은행 대기업대출 잔액은 총 약 89조원으로 작년 말보다 16조9천억원 많아졌다.

2018년 말부터 작년 6월 말까지 반년 증가 폭은 6천775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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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은행들은 기업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은행이 기업 자금 확보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정부 요구가 커졌다.

금융당국은 예대율(대출/예금 비율) 규제까지 풀어줘 가며 은행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

원래 은행 예대율은 100%를 맞춰야 하지만 내년 6월까지는 은행들이 5%포인트 이내 범위에서 위반해도 경영개선계획 제출 요구 등의 제재를 받지 않도록 유예됐다.

금융당국은 또 예대율을 산정할 때 올해 취급한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낮춰 계산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 규제 유예로 은행이 시중에 공급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71조∼259조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당장은 '금융의 힘'으로 붕괴를 막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사그라질지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기업과 은행이 지탱할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주요 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이 정책 방향에도 부응하고 예대율도 관리하는 길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장기화해 연체가 늘어난다면 건전성 악화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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