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엔지니어링 연락두절, 사실상 문 닫은 상태

특정 후보지 염두에 두고 짜맞추기, 베껴쓰기 등 신뢰성 의문
SK에너지를 위한 사업 논란 BTO, SK에너지가 제안하고 단독응모
총사업비 245억원 가운데 민자 79억원
공영사업을 앞세운 사익 사업에 국비와 도·시비 투입


포항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용역이 부실투성이다.

특정 후보지를 염두에 둔 짜맞추기식 용역정황이 곳곳에서 노출되는 가하면, 조사용역 내용 가운데 상당부분이 다른 조사용역 내용을 베껴쓴 것으로 드러나, 타당성 조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 조성사업이 SK에너지를 위한 민간투자사업(BTO)이 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본지 6월 18일 1면 보도)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 부실 용역도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포항시 화물차 공영차고지 조성사업은 지난 2018년 12월 10일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완료했으며, 현재는 민자 공모 중에 있다. 타당성 조사용역을 수행한 D엔지니어링은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본지가 용역과 관련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사무실은 물론 간부직원도 통화가 되지 않고 있다.

포항시 화물차 공영차고지 사업은 2016년 12월 1차 타당성 조사를 거쳐 오천읍 문덕차고지를 후보지로 선정했다가 이를 취소하고, 이번에 다시 2차 타당성용역 재조사를 거쳐 대송면 제내차고지를 후보지로 최종 선정했다.

타당성 조사용역은 2차례 모두 D엔지니어링에서 실시했다. 화물차 공영차고지 조성에 대한 타당성과 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한 용역이지만, 타당성을 위한 조사 내용이 부실한데다, 평가점수 변경 등 후보지 짜맞추기 용역 정황이 드러나는 등 허점투성이다. 특히 특정 후보지를 염두한 짜맞추기 평가점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포항시와 D엔지니어링은 2차 타당성 조사에서 곡강, 성곡, 대련, 장흥, 제내, 송동, 대각, 문덕 등 8개 지역을 후보지를 선정하고 ◇지형적 특성 ◇입지적 특성 ◇공간적 특성 ◇지역적 특성 ◇경제적 특성 등 모두 5분야 대해 평가했다. 이 결과 26.5점을 받은 제내차고지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앞서 시행한 1차 타당성 조사에서는 문덕차고지가 최고점수인 27점을 부여받아 후보지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제내차고지는 21.5점을 받아 대각차고지에 이어 곡강차고지와 함께 3위에 그쳤다.

문덕차고지는 그러나 2차에서는 23점을 받아 제내차고지에 밀려 탈락했다. 제내차고지는 제내저수지가 후보지에 추가되면서 변화가 있었지만, 문덕차고지는 상황변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4점이 감점돼 후순위로 밀렸다.

제내차고지가 문덕차고지를 밀어내고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평가는 입지적 특성, 경제적 특성, 지역적 특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평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 타당성 용역에서는 문덕차고지가 제내차고지 보자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2차 타당성 용역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뒤바뀐 것이다.

제내차고지는 2차 타당성조사 입지적 특성(공적규제지역)에서 3점을 받았다. 1.5점을 받은 문덕차고지에 비해 1.5점을 더 받았다. 이 평가점수는 1차 타당성 조사의 평가점수를 뒤집었다.1차 때 문덕차고지 4.5점, 제내지차고지 1.5점의 평가가 뒤 바뀌었다.

제내차고지는 경제적 특성에서도 2차에서 3점을 받아 1점을 받은 문덕에 비해 2점이 높았다. 문덕차고지는 1차에서 3점을 받았지만 2차에서 2점이 감점됐다. 반대로 제내차고지는 1차에서 2점을 받았지만 2차에서 2점이 가점됐다.

불법주차 등 지역적 특성분야에서는 문덕차고지는 1차에서 3점을 받고, 제내차고지는 1점을 받았다. 그러나 2차에서는 문덕차고지는 동일한 점수를 부여했지만 제내차고지는 3점을 부여했다. 대상 후보지 평가 비교분석 부실도 논란이다.

입지적 특성을 평가하는 주요사항인 부지확보 평가에서 문덕차고지는 1차에서는 개별공시지가인 ㎡당 3만1천100원을 적용한 반면 2차에서는 실거래 수준인 ㎡당 29만원을 적용했다.

1차 조사에서 문덕차고지를 선정하기 위해 유리한 개별공시지가를 적용하고, 2차에서는 문덕차고지가 불리하도록 의도적으로 실거래가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차 타당성 용역 보고서는 1차 용역 내용을 상당부분 그대로 베낀 정황도 포착됐다.

부지 확보 평가에서 제내차고지와 문덕차고지에 대한 토지가격을 의도적으로 적용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후보지별 비교분석에서는 문덕차고지에 대한 토지가격을 종전의 개별공시지가를 동일하게 적용했다.

1차와 2차의 비교분석자료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베껴 쓴 것이다. 송동차고지의 경우 1차에서는 2016년 당시의 개별공시지가 ㎡당 14만9천400원을 정상적으로 반영했지만 2차에서는 15만2천500원으로 상승했음도 그대로 적용하여 베꼈다. 대련차고지 등 다른 차고지 후보도 개별공시지가가 상승했지만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

화물공영차고지 조성 타당성 핵심사항인 역외 외지 차량 밤샘주차 현황도 부실하다. 밤샘노숙차량 대상으로 화물공영차고지의 필요성과 규모를 결정했지만 외지 노숙차량이 얼마인지 조사 조차하지 않았다.

포항지역 화물차 등록대수, 이용현황, 노숙 화물차 조사 등을 토대로 화물공영차고지 규모를 결정한 것이다. 화물차공영차고지 필요성은 화물자동차의 주차난을 해소하고 운수종사자의 휴식공간을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포항지역 화물자동차들은 차고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외지 역외 화물자동차의 포항지역 노숙 규모가 공영차고지 규모의 핵심이지만 타당성조사에서는 이 같은 현황이 빠졌다.

화물차운송 관계자는 “대규모 화물차 주차장의 이용률이 절반도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시 화물차고지를 조성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통영향평가 전문가 A씨(56)는 “포항시가 처음부터 제내차고지를 염두에 두고 평가한 요식행위의 타당성 조사는 공정성, 적절성, 신뢰성이 결여됐다”며 “SK에너지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화물차 공영차고지 조성사업은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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