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연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마음의 흐름'

최승희(1911~1969)는 1930년대에 이미 유럽과 미주대륙 순회공연을 펼친 원조 한류스타다. 신비로운 몸짓으로 동양 춤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천재 무용가였지만, 삶은 순탄치 않았다.

조선과 일본,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사이를 오가며 한국 근대무용 틀을 만든 그는 어두운 역사 속에서 친일·월북 예술가로 낙인찍혔고, 남은 기록도 많지 않다.

일제강점기 태어난 최승희는 일본 근대무용 선구자 이시이 바쿠의 제자가 됐다. 승무 대가 한성준에게는 전통무용을 배웠다.

일본 국적으로 해외 공연을 하면서도 그는 '조선의 무희'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해방 후에는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았다.



1946년 남편 안막과 월북해서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활동했다. 인민배우 칭호까지 받았으나 훗날 숙청됐다.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한 남화연 개인전 '마음의 흐름'은 굴곡진 최승희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

남화연은 지난 2012년부터 최승희 자료를 수집해 작업 기반으로 삼았다. 최승희의 삶과 춤에 역사의 시간이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한 지난해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도 최승희를 다룬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고 표현한 문제적 안무가 최승희에 대한 오랜 연구를 정리하는 장이다.

작가가 그동안 모은 자료와 함께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낸 다양한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 작업을 보여준다.

신작 '마음의 흐름'은 조명과 소리로 춤을 추는 움직임을 표현한 설치 작업이다. 마주 보는 '사물보다 큰'은 바다 풍경, 작가가 일본 친구와 주고받은 이야기 등을 4개 스크린에 담은 영상이다.

2층에 전시된 이들 작품에서는 최승희의 흔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3층에서는 실제로 수집한 아카이브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불완전한 기록의 빈틈을 작가가 채운 작업이 있다.

최승희 독무로 선보인 최초 모던댄스에 관해 남은 몇 장 사진 속 포즈와 포즈 사이를 상상해 안무로 풀어낸 '세레나데'를 비롯해 '습작', '칠석의 밤' 등이다.

최승희와 남화연의 작업은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엮인다. 최승희에 관한 자료가 작품이 되고, 남화연의 새로운 작업이 아카이브 일부가 되는 식이다. 전시 제목과 작품 제목 대부분이 최승희 안무 제목이다. 5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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