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책임론에서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 예측 불허로 치닫는 가운데 우방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미국의 압력이 가중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대오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경제는 물론 외교와 안보 여건상 어느 일방의 편을 들기 어려운 우리나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자들과의 전화간담회에서 탈(脫)중국을 겨냥한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와 관련해 이미 한국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EPN의 핵심 가치는 자유 진영 내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공급망을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가치를 존중하는 기관들은 파트너가 되고 번영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기관들은 파트너로서 신뢰하기 어렵고 안정성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들이라고 규정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고, 양국이 편 가르기에 나서면서 두 나라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입지가 어려워졌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아니라 양국 모두 우리의 경제와 안보에 결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양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런 ‘낭만 시대’는 이제 멀어졌다. 상황이 악화해 양자택일을 강요받는다면 ‘묵언 수행’이 더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도저히 답이 없는데 답을 만들어야 하는 최악의 국면에 대비한 주도면밀한 전략과 입장 정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당시 미·중의 대립 피해는 오롯이 우리가 떠안았다.

양국의 갈등이 막다른 골목으로 향할 경우 그 충격은 경제를 넘어 안보와 외교, 남북관계 등 국가의 존립 기반 전체에 미칠 수 있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양국의 대립은 강도를 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단은 그때까지의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하되 그 이후의 시나리오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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