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현대사회의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본다면, 과학문명시대, 도시화시대, 글로벌화시대, 수명이 길어진 시대, 과거에 비해 평균소득이 크게 높아진 시대, 남녀차별이 없는 시대, 직업이 다양해진 시대, 각자의 다양함이 공존하고 용인되는 시대 등 다양하게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을 좀 더 미세하게 분류하거나 비슷한 것들을 합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은 각자 독립적이라기보다 서로 연결·표출되고 있다고 보아지기에 어느 한 주제를 논한다 하더라도 각 요소들이 연계·설명돼야 할 것이라고 본다.

‘다양함이 공존하고 용인되는 시대’라는 표현을 많은 이들이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크게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 근대화 이전의 세계는 현대의 도시중심사회에 비해 크게 단순했음을 다들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는 소수의 왕과 귀족이 지배하는 사회로서 평민들은 농노와 같은 단순한 삶을 살았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대부분의 인구를 차지한 평민들로서는 맘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맘대로 옮겨가지도 못했을 뿐더러, 전쟁이 나면 왕을 위해서 죽어야 했다.

이제는 그러한 사회가 아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농촌 중심의 사회에 사는 경우도 있지만 그 사회도 도시사회에 비해서 단순할 수 있다는 것이지, 과거의 사회와는 비교 않되게 다양성을 품고 있다.

이들 각자가 다양성을 지닌 가운데 각자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졌다고 보는 것이 현대사회의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현재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정책, 즉 공공정책이라는 것은 그 나라와 지역의 국토와 국민들의 삶에 관계되는 다양한 분야를 지니고 있지만, 모든 것이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하고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잘 반영돼야 함이 당연한 법칙으로 삼아져 왔다.

과거 사회에서도 왕권이 강하고 왕의 명령이 곧 법이었지만 그중 공공에 관련된 정책이 없을 수 없다고 본다. 이들도 현재의 독재국가들처럼 국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허울 좋은 이름이었을 것이고 그 결정과정 자체가 현재사회에서와는 다른 것이다. 왕이 결정하고 왕의 이름으로 귀족들이 모든 것을 결정했을 것이다. 현재사회에서 공공정책은 그 절차나 내용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형평성(Fair Share), 투명성(Clearness·Openness), 정당한 절차(Due Process), 정당한 보상(Due Compensation) 등 다양한 지침에 따라 제정되고 시행돼야 한다. 물론 이는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인 모든 계층의 시민들을 위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를 많은 인종과 문화가 결합된 ‘맬팅 팟’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유럽의 이민자들로 출발한 나라라고 하지만, 이들에게 영토를 뺏기고 소수로 몰락한 원주민, 노예로 끌려온 아픈 역사를 지닌 아프리카 출신, 국경을 넘나들며 살아온 멕시코인들, 그리고 아시아인들.

이들의 다른 문화가 뒤엉켜서 미국을 이루었는데, 영토가 넓고 자원이 풍부해 부강한 나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미국의 장점은, 과거의 인종차별이라는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어느 정도의 차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공공정책에 다양한 이들의 의견이 비교적 잘 반영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공공정책이라는 것은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다양한 의견을 골고루 반영해 차별 내지 피해를 극소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제대로 제정된 것이라고 보는데, 이를 모두들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절차와 구체적 내용이 법에 규정돼 있기도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 각 요소들이 함께 서로 점검 및 견제하면서 균형을 맞추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결정과정을 따르고 결과에 승복하는 신사게임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는 크게 보수·진보의 양당체계가 바꾸어가며 국가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며 국민과 국가의 안녕을 도모함으로부터 각 지자체의 도시개발 관련 공청회에 이르기까지 정당한 게임의 법칙이 견지되는 것이다.

물론 필자의 이 같은 주장이 미국을 칭찬하자는 데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 나라도 인간이 사는 곳이고 온갖 정치권력의 다툼과 정치적인 수사가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나, 과거 서부시대의 사나이들의 결투에서 보는 것과 같은 신사적 게임 룰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고 실천되는 곳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추악함이 미국의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우리는 민주주의·의회주의 역사가 짧고 사소한 언론과 사건에도 나라가 떠들썩한 좀 더 작은 나라라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국가의 법이며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다. 공공정책들도 다른 법률들과 마찬가지로 이를 따라 제정 및 실천돼야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더욱 바라는 것은 우리 사회 자체가 수준 높은 도덕성을 갖춘 곳이 됐으면 하는 것이다. 이는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는 지고의 것으로 시민들 모두가 선으로 여기고 정의로 여겨야할 지침이자 습성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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