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필자가 근무하는 캠퍼스는 포항시 흥해읍으로 주소가 돼 있다. 포항시는 도농통합시인데 과거 포항시였던 동지역들에 더하여 영일군의 모든 읍과 면들이 포항시에 편입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른 곳들도 그러하지만, 지역의 중심이 되는 도심지역은 좁은 면적에 인구가 크게 집중되어 있는데 반해 읍면지역들은 인구가 적고 면적은 오히려 더 넓은 편이다. 흥해읍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흥해읍은 그 중심 시가지 정도이지만 외곽으로 많은 촌락과 산야도 같은 행정구역 안에 있다.

이 흥해읍, 그것도 중심 시가지 인근이 2.5년전 강도 5.4 지진의 진원지였다. 진앙지가 깊지 않고 땅이 물러서 이곳을 중심으로 포항전역에 큰 피해가 발생했었다.

많은 단독주택과 아파트들이 파괴됐는데, 그 이유는 지진의 강도가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이 낙후된 주거지역으로서 가난한 계층 내지 높은 연령층이 거주하는 허술하게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이 지진으로 흥해 중심부의 건물들만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동쪽으로 불과 3~4km 떨어진 한 사립대학은 건물들이 금이 가고 외부 벽돌들이 크게 무너져 내렸다.

6~7km 이상 떨어진 포항 부도심에 해당되는 신도시에서도 필로티 형태를 지닌 3~4층 복합주거들이 기둥이 파괴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물론 도로, 교량, 고가도로 등도 일부 피해를 입었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이 인프라 피해들을 복구하고, 주거피해 주민들을 임시로 체육관 등에 수용하고 차차 주거를 알선하고, 공립학교들의 피해를 보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본다.

시민들도 벽이 갈라지는 등 피해가 있으면 신고에 따라 소정의 위로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사립학교들은 자체 기금으로 지진피해 복구와 보강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고, 많은 시민들은 지진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 지진으로 인한 이 도시의 경제적인 피폐이다. 철강산업의 정체 내지 쇠퇴, 새로운 성장산업 확보의 어려움, 인구성장 정체 등의 어려움에 경제불황이 겹친 상황에서 전대미문의 지진피해가 발생한 것이었다.

집이 부서진 주민들만이 아니라 지진으로 놀란 시민들, 부동산가격 하락 등 어려움이 겹쳐서 이 지역은 사람 살만한 곳이 못되는 듯 알려지기 시작했었다. 복구도 쉽지 않았다.

물리적인 복구는 정부의 일부 보조와 개인들의 부담으로 이루어져 가고 있었지만, 직격탄을 맞은 흥해중심부의 피해주택복구도 정체상태였고, 이 지역의 경제는 크게 불황을 맞고 있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관련 법령 부재로 대신 도시재생뉴딜사업이 계획되고 있고 특별법이 통과는 되었지만 구체적인 지침 마련 등 갈 길이 멀다고 보는 상황에서 2.5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이제는 전국이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전염병의 큰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지진복구를 위해 장기간의 시간이 걸리고 물리적인 복구만이 아니라 허물어진 도시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없지 않았다.

도시부흥정책이란 단순히 흥해중심을 도시재생사업의 테두리 안에서 일부 피해지역들을 공원으로 만들고, 문화사업을 일으키고, 전통시장 활성화 등 작은 사업들만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도시재생사업은 공공용지나 건물을 활용하여 진행하는 작은 사업들이며, 새로운 도시계획도로 개설이나 인프라계획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고,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부흥시킬 산업기반구축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진으로 파괴되고 위축된 지역을 되살리려면 사업 자체가 좀 더 큰 스케일에서 진행되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지역과 연계된 주변지역에, 예를 들어 영일만항 배후단지, KTX역세권, 혹은 흥해들 일원에 전자산업, 전기자동차조립단지, 첨단농업단지, 국가연구소 등이 구축되고 흥해중심지역에 지역대학연구실, 창업센터, 직업교육센터, 주변 산업단지의 헤드오피스 등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 지역에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지역민들과 함께 고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래야만 지진피해로부터 복구가 되고 지속가능한 도시부흥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이 전염병이 크게 번지고 있으며 경제산업 그리고 사회활동들이 정지되어 있어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이 비상사태이지만 이 전염병이 사라진다 해도 세계는 큰 경제공황에 휩싸일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우리나라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새로운 시각에서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는 누가 수권정당이냐 과거 어떤 정책기조를 택했었나를 떠나서 이 시기에 가장 적정한 정책들이 서둘러 수립·시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때 포항의 지진복구도 잊혀져서는 절대 안 될 것이며, 코로나19 경제불황 돌파를 위한 정책들과 잘 결합되어 진행돼야 할 것이다.

흥해도심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뉴딜사업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제조 및 서비스업 등 산업유치를 포함한 주변 지역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부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들을 기획·시행 할 수 있게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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