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이번 주말에는 미국인 동료와 차를 몰아 바닷가 쪽으로 드라이브했다. 차를 해맞이공원 바닷가 쪽 주차장에 세우고, 바닷가 길을 걷기로 했다. 거대한 영일만에 맑은 물이 출렁인다.

멀리 호미곶이 보이고 포스코의 시설물들이 보인다. 바닷가를 따라 난 도로가로 보도와 자전거길이 조성돼 있어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데, 요즈음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파가 크게 줄기는 했으나 사람들이 열린 공간을 찾는 탓인지 적지 않은 이들이 바닷가를 찾는 것 같다. 물론 100% 마스크를 하고 ‘2m 사회적거리’를 지키려고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설머리쪽 해변을 돌아오는데 방파제로 갇혀진 어선 정박장이 1/4은 모래로 덮여있어, 작은 어선 몇 척만이 정박할 수 있을 정도가 돼 있다. 그리고 주변 해변도 모래사장이 넓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은 이 모래밭에 차를 세우고 해변도로나 모래 위를 걷고 있다. 바닷가 모래사장 이곳저곳에 횟집과 연결됐거나 폐기된 듯한 플라스틱 파이프들이 노출돼 남아있다. 좀 한가한 곳에는 비닐봉지 등 쓰레기들도 없지 않다.

해양경찰파출소 즈음 되면 길 건너편에는 다양한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횟집, 커피집, 레스토랑 등이 입주해 있다. 그 안쪽으로는 오래된 집들이 많은데 대부분 옛 모습 그대로이면서도 페인트도 칠하고 길도 가다듬어서 그런대로 멋진 동네를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약간만 더 올라가면 해맞이공원이다. 작년만 해도 가끔 이곳에 있는 횟집이나 칼국수집에도 오고, 어쩌다는 멕시칸레스토랑이나 인도카레집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요즈음 전혀 장사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길이 좀 더 넓게 트인 장미원이 있고 바다로 나아간 석조·콘크리트 피어 위에 세워진 2층 한옥누각이 근처에 닿는다. 여기서 보통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찍는데, 아직 장미의 계절이 오지도 않았고 바닷바람도 세게 불어 우리는 계속 걷기로 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마스크를 한 채로 걷거나 아이들과 놀이를 하고 있다. 아직 물이 추울 텐데 수상 오토바이를 타는 분들이 있다. 바이러스 파동만 아니라면 이곳저곳에 무대를 설치하고 공연하는 밴드나 가수들이 있는데, 요즈음은 볼 수 없어 유감이다.

이제 바닷가보도는 넓어져 있고 벤치도 있고 각종 스틸페스티벌 작품들이 여러 개 전시돼 있다. 죽 심어진 해송들은 간혹 군락을 이루기도 하는데, 우리들에게 사시사철 푸르름을 주며 신선함을 제공한다.

길 건너편에는 해운대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높고 멋진 상가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호텔, 모텔, 레스토랑, 커피숍, 그리고 노래방들이다. 새 건물들이 지어져서 과거 20~25년 전 보았던 건물이며 가게는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이곳은 포항의 랜드마크가 돼있고, 여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인데, 요즈음은 전염병 영향으로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코로나19의 제어를 위해 전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 주와 다음 주 전염률이 크게 줄 때까지 외출을 자제하자는데, 필자도 너무 성급히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었다. 따라서 한적한 바닷가 길을 걸었고 시장통이나 상가 좁은 공간에는 전혀 가지 않았다.

드디어 울릉도선착장에 도착했다. 장차 환호해맞이공원 정상에서 이곳까지 1.8km에 걸친 해상케이블카가 건설될 것이라는데, 그때는 이 해변이 좀 더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가 될 것인데 잘 진행이 되는지 궁금하다.

다시 돌아오며 한적한 커피숍 창구에서 커피 한잔 주문해 들고 해변 아닌 뒤쪽 간선도로변을 걷기로 했다. 상점들은 대개 닫혔고 임대라고 써 붙인 곳들이 많고, 거리에는 전혀 인적이 없었다.

해변도로와 다르게 낡은 건물들도 많고 보도도 좀 어수선하고 먼지가 나서, 백 여미터 걷다가 다시 바닷가로 나왔다. 좀 흐리던 날씨가 좀 더 좋아져 좀 늦은 오후인데도 하늘과 바다가 아주 아름답게 빛난다. 3~4km 남짓이나 걸은 셈인데, 좀 운동이 된 것 같다.

다시 환호해맞이공원 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이번에는 트라이포트로 막아놓은 해변을 관찰하면서 걸었다. 파래와 미역들이 자라고 있고 채집하는 분들도 드물게 보인다.

여기저기 낚시질하는 분들이 있는 것을 보면 고기들도 근처에 서식한다는 소리이다. 나도 낚시대가 2개나 있음을 생각해 내고 언제 가져와 봐야지 생각하며 길 건너를 보니 잘 아는 분이 운영하는 횟집건물이 멋지게 새로 지어져 있다. 그 다음에는 해녀의 집이라고 쓰인 1층 낡은 집이 있고 잠수복이며 미역들이 널어져 있다.

이 멋진 해변 길을 죽 걸어가면 환호동 과거 버스종점 부근을 거쳐 저 멀리 환여동 방파제까지 연결된다. 이곳은 푸른 구릉이 길게 뻗어있고 비탈에 멋진 커피숍 등 갈만한 곳들이 많은데, 이제는 코로나19이 전파를 멈춘 이후에나 가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산 너머는 필자가 사는 양덕동이다. 곧 이 끊어진 해변길이 이어져 죽천해변 쪽으로 연결된다고 하니, 그때는 좀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이 아름다운 영일만 해변 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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