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회복 전망이 주류를 이뤘던 반도체 산업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수요 증가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업황 개선 전망이 우세했던 반도체 업종에 소비 위축으로 인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반도체 업황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수요 타격으로 인해 실적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반도체와 관련한 지표는 양호한 흐름이다

2월 전체 반도체 수출액은 74억2천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9.4% 증가했다. 15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을 뿐 아니라, 증가 폭도 높은 수준이다.

집적회로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9.9%,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1.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개인용 컴퓨터(PC)에 주로 쓰이는 D램(DDR4 8Gb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2월 말 기준 평균 2.88달러로 전월보다 1.4% 상승했다.

서버 D램(32GB) 2월 가격은 115.5달러로 전월보다 6.0% 증가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북미 지역 중심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며 회복세가 이어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코로나19 확산에도 반도체 업황은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요가 줄어도 업체들이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며 대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요 전망치는 하향이 불가피하지만, 메모리 업체들은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낮춤으로써 반도체 가격 경로가 기존 예상을 크게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비관론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양상을 보이며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스마트폰 제조업체 등이 하반기 생산 계획을 하향 조정하면 반도체 수요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메모리 수급은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지만 문제는 하반기"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완제품 수요 감소가 하반기부터 회복되겠지만 상반기 재고 축적 후 메모리 수요는 당초 전망보다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 연구원은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39조7천억원으로 기존 대비 13.5%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기존 6만8천500원에서 6만4천원으로 낮췄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비대면 접촉과 재택근무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길게 보면 기업들의 IT 투자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희망적 기대감이 있다"면서 "그러나 글로벌 소비 위축과 함께 기업들의 투자 축소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업종도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증시가 폭락장 양상을 보이는 와중에도 삼성전자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각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외국인은 3조9천280억가량을 순매도했다.

이 물량을 대부분 개인이 받았다. 이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 3조7천873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해지면 기초체력이 강한 대장주가 제자리를 찾아 오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4만5천600원으로 한 달 전인 2월 18일(5만9천800원)과 비교하면 23.74%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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