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제품 거리에 매물 넘쳐…폐업한 상인 주저앉아 울기도
"영업용 트럭을 팔고 나가는 손님 뒷모습이 참 애잔하더라고요"
대구 서구에서 중고차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현철(47)씨는 매장에 세워 둔 1.5t 트럭을 보면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은 것들이다.
문을 열어 내부 상태를 확인하던 김씨는 "아직 쓸만한데…"라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매장에 늘어선 트럭은 한눈에 봐도 상태가 쌩쌩했다.
영업장에서 한창 유용하게 쓰일 차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더는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1.5t 트럭뿐 아니라 소형 트럭, 영업용 승용차 등 종류도 다양했다.
김씨는 "한 달 전부터 영업용 차량이 매물로 제법 나온다"며 "처분한 차를 매만지다가 뒤돌아서서 매장을 나가는 자영업자들을 볼 때면 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영업용 차 매물이 많이 늘어난 건 아니다"며 "대구시가 소상공인을 지원한다고 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아직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중고차 판매상도 수입이 줄기는 마찬가지다.
대구 동구에서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는 손모(48)씨는 이달 들어 차를 3대밖에 팔지 못했다고 했다.
대구 지역 중고차는 전국적으로 저렴하기로 유명하지만, 지난달부터 타지역에서 대구로 매물을 보러오는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한다.
본인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있으니 차를 팔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 사정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손씨는 "영업용 차를 처분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를 하루에 10통 정도 받는다"며 "최근 매출이 코로나19 이전보다 10분의 1로 줄어 대출을 받아 매물을 사들여야 할 지경"이라고 푸념했다.
중고제품 판매점이 밀집한 대구 칠성동 거리도 요즘 영업용 가전제품이 넘친다.
도로변에 길게 늘어선 판매점 앞에는 에어컨, 실외기, 영업용 냉장고, 싱크대 작업대 등이 쌓여 있다.
대부분 식당 영업을 중단한 자영업자들이 내놓은 물품이다.
제품을 정리하던 최모(55)씨는 "요즘 일이 많지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씨는 "소상공인들이 요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는 기자 말에 아랫입술을 깨문 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피가 큰 영업용 오븐이나 냉장고를 수거하러 가면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업주들도 있다고 한다.
최씨는 "이런 분들을 보면 같은 자영업자로서 가슴이 미어지고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IMF 때보다 지금이 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소상공인이 지원을 받을 길은 열렸지만, 어떤 기준으로 얼마만큼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