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포함하면 매출액 3천억원 넘는 중견기업

포항시 역시 중소기업으로 분류…4억5천만원 보조금 지원 논란


포항 철강산업단지 내에서 상습적으로 악취를 배출하고도 국비와 혈세로 공해방지시설을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는 제철세라믹(본지 3월 12일 1면 보도)이 중견기업으로 분류해야 마땅하지만 중소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지배구조를 편법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제철세라믹은 포항과 광양 공장에서 비료와 특수바인더, 고화재, 리메탈, 니켈 부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 경우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으로 분류돼 3년 평균 매출액이 800억원에 미치지 못하면 중소기업으로 인정된다.

제철세라믹의 지난해 매출액은 463억원, 최근 3년 평균 매출액은 465억원이며, 단독 기준으로는 중소기업에 해당되지만 종속기업과 관계법령에 따라 계열사 매출을 합하면 중견기업에 해당된다.

▲외부감사 대상 계열사만 4개, 총매출액은 1천149억원인데도 중소기업
금융감독원에 공시에 따른 제철세라믹 계열사는 ㈜레스코, ㈜엠알씨, ㈜세기가 있으며, 레스코와 엠알씨는 각각 포항, 광양제철소 내 위치해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가공한다. 세기는 비료와 코크스, 무연탄, 휠라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마찬가지 제철세라믹처럼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으로 분류되며 최근 매출액은 레스코 204억원, 엠알씨 169억원, 세기 313억원으로 매출액 합계는 1천149억원에 달해 중소기업 범위를 초과하게 된다.

중소기업 기준이 3년 매출액 평균임을 감안하더라도 800억원은 족히 넘을 수 있는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4개 업체가 모두 중소기업으로 인정돼 중소기업으로 얻을 수 있는 갖가지 혜택을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회사는 자산총액이 10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로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며, 이에 포함돼있지 않지만 이들 계열사로 운영되고 있는 ㈜장산기공과 ㈜상명을 포함하면 관계회사는 총 6개로 늘어나며 합계 매출액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중견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편법을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겉으로는 계열사로 묶었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기업이 아닌 특수관계인을 개입해 매출액을 분할시켜 전체적으로 하향조정 했다는 것이다.

먼저 제철세라믹은 신동익, 신상민, 신용욱 특수관계인이 각 10%, 15%, 1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비료회사 세기는 제철세라믹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기계관련 회사 장산기공은 세기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제로 회사 구조는 신씨 일가에서 제철세라믹, 세기, 장산기공으로 이어져있으며, 이들의 지난해 매출액만 따질 경우 776억원으로 800억원에 약간 못 미치도록 설계가 돼있는 것이다.

이 신씨 일가는 다시 합계 60% 지분을 갖고 포항의 부산물 가공 회사 레스코를 소유하고 있으며, 레스코가 광명의 부산물 가공 회사 엠알씨의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구조로 돼있다. 이들 회사의 매출액 합계는 373억원이다.

결국 제철세라믹의 계열사로 언급한 모든 회사가 묶여는 있지만 실제 지분은 제철세라믹이 갖지 못하도록 하고 신씨 일가가 소유하도록 해 관계성을 차단시켜 중견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서의 자격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기업 피에스엠, 문어발식 중소기업 대물림 전략
신씨 일가가 소유한 회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천29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부산시의 피에스엠은 전년 513억원 매출액보다 2배를 경신했고 매출총이익은 218억원, 당기순이익은 105억원으로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알짜기업이다.

이 회사는 제철세라믹의 신씨 일가(신동익 17.5%, 신상민 13.5%, 신용욱 13.5%)가 44.5%를 소유하고 있는데 ㈜평산윈텍이라는 회사가 50% 지분이 있어 공동 소유하고 있는 구조로 돼있다.

매출액이 1천억원이 넘는 알짜회사 피에스엠을 소유한 매출액 226억의 평산윈텍은 신씨 일가의 친족으로 판단되는 신진욱, 신진용 특수관계인이 각 45%씩 소유하고 있다. 결국 신씨들이 관계회사를 세워가며 지배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지분 관계가 성립되는 피에스엠과 평산윈텍의 지난해 총매출액 합계는 1천255억원이지만 두 회사는 풍력발전, 밸브 등 단조품 생산과 관련 베어링 부품을 가공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1차 금속 제조업으로 분류돼 중소기업 매출액 기준인 800억원이 아닌 1천500억원인 상황이다.

신진욱, 신진용 양 신씨는 이에 지난해는 546억원의 매출을 올린 유사 업종의 평산엠텍을 각 49%, 41%를 소유하고 있으며, 평산엠텍은 또 다시 매출액 61억원의 지씨엘범어제니스라는 임대 회사를 100% 소유하고 있다.

양 신씨는 또 자산관리 회사인 평산파트너스를 소유하고 있으며 평산파트너스는 부동산 개발 회사이자 매출액 209억원의 트리플에이를 90% 소유하고 있다. 이렇듯 신씨 일가의 지배구조와 같은 방식으로 양 신씨도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있다.

피에스엠 홈페이지에 등재된 관계사는 피에스엠을 포함해 평산엠텍, 평산윈텍, 트리플에이, 평산파트너스, 지씨엘범어제니스 총 6개로 이들의 매출액을 모두 합칠 경우 2천71억원으로 1천500억원을 훨씬 웃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신씨 일가의 매출액까지 합칠 경우 총 관계사는 12개에다 매출액만 3천220억원으로 중견기업에 속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문어발식 구조에 기업이 아닌 특수관계인을 개입시키면서 편법을 이용해 모두 중소기업으로 둔갑시켰다.

경제전문가 A씨는 “중견기업으로의 전환이 충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으로 유지하기 위해 편법도 불사하는 것은 중소기업에 부여되는 160여 가지의 세제를 포함한 각종 혜택이 끊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B씨도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경제적으로 발생한 현상으로 사회적으로 중견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고자 하는 안타까운 몸부림”이라고 정의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2012년 이전만 하더라도 개인도 기업으로 판단해 이 경우 전체적으로 관계성이 입증돼 중견기업이 되지만 이후 규제 완화의 정책으로 개인이 중간에 개입할 경우에는 중소기업으로 인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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