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에서 본 지구의 대양. /NASA 제공
지구가 약 32억년 전에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워터월드'(1995년)에서 처럼 육지 없이 끝없이 망망대해만 펼쳐진 물의 세계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UCB)에 따르면 이 대학 지질과학과의 보스웰 윙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오지에 있는 '파노라마' 지질 구역에서 수거한 암석 샘플의 화학 성분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는 지구의 단세포 생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규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단세포 생물은 약 35억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육지 호수의 민물인지, 짠 바닷물인지를 놓고 논쟁이 이어져 왔다.

암석 샘플을 채취한 파노라마 구역은 현재는 관목이 우거진 구릉이지만 32억년 전에는 대양 지각을 구성하고 있던 곳으로,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던 열수공(熱水空)까지 갖고 있다. 지구의 비밀을 간직한 '타임캡슐'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곳에서 100여개의 암석 샘플을 채취해 자연적으로 생성돼 암석 안에 잡혀있는 산소 동위원소 16과 18의 비율을 분석했다.

이는 커피를 내린 물을 알아내기 위해 커피 찌꺼기를 분석하는 것처럼 고대 바닷물 샘플은 없지만 이와 상호작용하고 이를 기억하고 있는 암석을 분석해 고대 바닷물의 성분을 분석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 결과, 더 무거운 산소-18이 현재의 바닷물보다 4%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상치인 3.3%보다도 높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것이 작은 차이지만 산소-18이 대륙형 토양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점토가 풍부한 육지의 흙이 진공청소기처럼 바닷물에서 산소-18을 비대칭적으로 빨아들인 결과인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런 점을 토대로 32억년 전 바다에 산소-18이 지금보다 많았다는 것은 주변에 이를 흡수할 수 있는 거대한 토양을 가진 대륙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그렇다고 육지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현재와 같은 큰 대륙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윙 부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 중 바다에 아주 작은 대륙마저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없다"면서 "현재처럼 지구 규모의 대륙형 토양이 형성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큰 대륙은 언제 등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게 되는데, 연구팀은 애리조나에서 남아프리카에 이르는 생성 시기가 오래되지 않은 다른 암석층을 분석해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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